李, 단식 후 당무 일정에 불참한 것은 처음
4선 이상 중진 등 만류에도 단식 지속 의지
이정현 "與, 李건강 걱정하며 통큰 정치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오는 12일 검찰에 재출석한다. 검찰의 재출석 요구에 당초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 선회한 것이다.
이 대표는 11일로 단식 12일차를 맞았다. 이날 오전 공식, 비공식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는데, 건강 악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12일 검찰에 나가더라도 조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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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12일차를 맞은 11일 국회 본관 앞 단식 농성 천막에 누워 있다. [뉴시스] |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검찰의 부당한 추가 소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12일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이번 조사마저 무도하게 조작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할 경우,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해 8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으나 수원지검은 추가 조사를 위해 이 대표 측에 12일 재출석을 통보한 바 있다. 이 대표 측은 일정 상 12일 재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가 단식 후 공개 당무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 대신 회의를 주재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대표 단식 12일차이다. (이 대표가) 오늘 공식회의에도 못 나왔다"고 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장시간 조사로 가뜩이나 떨어진 체력이 거의 바닥난 것 같다"는 관측이 당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이 열흘째를 넘어가며 기력이 쇠한 듯 일정을 소화하거나 방문한 손님을 만나는 경우가 아니면 누워있는 경우가 잦았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제 단식을 그만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는 이날 4선 중진 의원들의 방문을 앞두고 다시 단식농성 천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영주 국회 부의장, 설훈·안민석·김상희·김태년·노웅래·안규백·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등 4선 이상 중진들은 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단식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폭력적인 권력 행사 그 자체에 있는 거 같고 권력이 추구해야 할 제일 핵심적인 과제, 민생이나 경제, 평화, 안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야당이 하는 일이 너무 제한적일 거 같다. 뭐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라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YS(김영삼) 단식 때나 DJ(김대중) 단식 때나 야당이 단식할 때는 의례적으로라도 정부 여당이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고 때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오히려 야당 대표 단식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이런 비인간적인 정권은 처음 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낸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 부위원장은 KBS라디오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대 당대표가 저렇게 하고 있을 때는 일단은 건강 걱정도 같이 해 줘야 한다"며 "(여당이)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2016년 9월 26일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7일간 단식했던 이 부위원장은 "7일째 되는 날 실려 갔는데 의사 설명이 '장기에 괴사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며 이 대표 건강을 우려했다. 이어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땐 상대방 손을 잡아 주고 건강 회복한 뒤에 또 싸우면 된다. 정말 좀 통 크게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조서에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 부리며 서명 날인조차 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비협조적으로 조사에 응했다고 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지연시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죄의 유무는 여론이 아닌 정부와 법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명료한 사실을 기억하고 수사 방해용 단식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로선 단식 투쟁을 끝낼 만한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딜레마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대통령 대국민 사죄,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권이 이를 수용할 기미는 현재로선 없다. 이 대표에게 심정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위로 방문 등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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