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낮추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잘못된 주장"

김이현 / 2019-06-18 15:59:48
한경연, 법인세 4%p 낮추면 일자리 33만개 창출 주장
법인세 인하→투자 및 고용창출 검증된 사례는 없어
"경기침체 원인은 법인세 아닌 기업의 기술경쟁력 상실"
▲ 기업과 정치권에서 법인세율 조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져온 가운데 한경연이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문재원 기자]


법인세 논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이다. 한쪽에서 "법인세가 너무 낮다"고 주장하면 다른 한쪽에선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고 맞받아친다. 새로운 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신호탄은 한국경제연구원의 '법인세율 인하' 주장이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 산하 한경연은 18일 '법인세율이 FDI(외국인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를 통해 법인세율을 내리면 FDI가 순유입으로 전환하고 고용이 증가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FDI 순유입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액에서 우리 국민이 외국에 투자한 해외직접투자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한경연은 올해 기준 지방세 포함 27.5%인 한국의 법인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5%)까지 4%포인트 낮추면 FDI 순유입이 414억달러(약 49조1000억 원)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 한경연 제공


이러한 분석은 2011∼2018년 OECD 회원국 36개국의 평균 명목법인세율(지방세 포함)과 GDP대비 FDI 비율을 살펴본 결과다. 명목법인세율이 높을수록 외국인직접투자 비율은 낮고 해외직접투자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OECD 36개국 중 2018년 법인세율을 2011년보다 낮춘 미국과 영국 등 11개 국가는 GDP 대비 FDI 순유입 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을 13.4%포인트 낮춘 미국(최고세율 21%)과 법인세율을 7%포인트 낮춘 영국(19%)은 GDP대비 FDI 순유입비율이 각각 2.7%포인트, 2.5%포인트 개선됐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춘 이스라엘도 FDI 순유입 비율이 3.8%포인트나 개선됐다.

이를 토대로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을 OECD 평균인 23.5%로 낮추면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해보다 71억달러 늘고 해외직접투자는 343억 달러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총 414억 달러의 FDI 순유입 개선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금액이 투자로 연결된다고 가정하면 6만9000명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고, 해외직접투자가 343억 달러 줄어들면 33만3000개의 국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낮은 법인세를 통한 기업 활동 활성화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강조한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하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 높은 법인세 때문에 기업이 해외로 이탈하는 현실을 지적한 까닭이기도 하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직접투자 순유입비율이 OECD 36국 중 30위권을 맴돌고 있는 데에는 경직된 노동시장,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함께 OECD 평균보다 4%포인트나 높은 법인세율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 개혁, 과감한 규제개혁과 함께 법인세율 인하로 직접투자 순유입 비율을 끌어올려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인세를 내리면 투자와 고용이 는다는 건 검증된 바 없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는 규제, 시장 수요, 기술개발 등의 요소가 결합돼서 나타나는 것이지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무조건 늘어나는 게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증가시킨 부분에 대해서 세금을 공제해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를 대폭 내렸지만, 투자 고용 증대 효과는 없었다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건 실효세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 세법개정 효과까지 반영된 2013년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중소기업 12.5%, 중견기업 16.5%, 대기업 17.3%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 경제·재정수첩'을 통해 이보다 더 낮은 14.2%(2014년 법인세 실효세율)로 분석했다.


명목 법인세에 비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내는 실효세율은 크게 낮다는 얘기다. 국세청의 법인세 공제·감면 사항은 25개로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하는 조항을 제외해도 18개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실효세율이 1991년 23.5%, 2008년 20.5%, 2013년 16.0%로 떨어질 때 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은 상승한 게 아니라 거꾸로 33.3%→26.1%→25.0%의 하향 흐름이었다. 감세정책이 기업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세수만 줄인 셈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한경연의 주장은 잘못된 추산인 것 같다"면서 "OECD 전체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을 봤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원론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세후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는 틀린 게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가 침체국면으로 빠지는 건 법인세가 높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기술경쟁력을 원천적으로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적 우선순위를 따져보면 지금 당장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데 동의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규모 R&D 투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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