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 "만나서 협의하자" 영수회담 제안
연금개혁도 '양보' 모양새…민생 사안 선점 포석
해병대와 접촉 늘려…보수 친화적 의제 띄우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다. 정국 현안·쟁점에 대해 선명성을 부각하는 강경 메시지보다 신축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거야의 '입법 독주'이라는 기존의 부정적 낙인 대신 '수권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하며 이슈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비친다. 중도층 등 집토끼를 잡으며 외연을 확장하려는 대권 플랜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25만 원씩) 지급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민생회복지원금의 보편 지원이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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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그는 "100% 지원이 아니라 일부는 본인 부담을 하는 것으로 할 수 있다"며 '고소득층 매칭 지원'이라는 구체적 방법도 내놓았다. "일정 소득 이하는 정부가 100% 지원하되 일정 소득 이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80%를 지원하고 본인이 매칭해 20% 부담하게 한다든지, 본인이 30% 부담하고 (정부가) 70%만 지원한다든지 차등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했더라도 경제 상황 개선으로 정부에 대한 지지도 올라가고 국민들도 살기 좋아진다. 왜 안 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우리가 양보할테니 여당과 대통령이 오로지 민생과 국민 삶을 고려해 경기도 살리고 민생도 보살피는 이 정책을 수용해달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신속하게 만나 협의하면 좋겠다"며 영수회담도 제안했다.
이 대표가 차등 지원 방안 수용을 밝힌 건 민생 관련 사안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앞서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통 큰 양보'를 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21대 국회 내 해결을 위해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중 하나이고 정부여당이 주도해야 하는 이슈였다.
그런데 정작 21대 국회 막판에 연금 개혁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이 대표였다. 지난 25일엔 "소득대체율 44% 여당 제시안을 수용하겠다"며 대승적 결단을 하는 듯한 제스처도 취했다.
정부여당은 되레 연금 개혁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한다"는 이유를 대며 22대 국회로 떠넘기는 형국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권이 끌려다니는 셈이다.
이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역 일대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통과 촉구 집회에서 한 해병대 전우회 회원이 건넨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건 외연 확장을 위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대표는 양복 상의 안에 해병대 티셔츠를 받쳐 입고 연단에 올라 "투표로 심판해도 저항하면 국민의 힘으로 현장에서 그들을 억압해 항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해병대 전우회는 보수 색채가 강한 단체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 논란을 계기로 정권 규탄 집회에 참석하고 이 대표와 접촉하는 회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보수 친화적' 의제를 민주당이 먼저 띄워 국민의힘이 따라오게 하는 일이 잦아진 것도 이 대표의 영향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여권의 핵심 어젠다였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문제가 야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최근 '1주택자 종부제 폐지'와 같은 근본적 개편 문제를 제기하며 이슈를 주도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연금개혁에 이어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이 대표의 수정 제안도 거절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당 꼴이 말이 아니다"며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으면 손사래를 쳐야한다"고 자조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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