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부동산 투기하기 좋은 환경…규제해야"
롯데, LG 등 5대 재벌이 10년간 건설·부동산·임대업 등 비제조 계열사를 확장하고 토지자산을 늘려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10년간 재벌 기업들은 주력사업과 무관한 문어발식 확장과 토지 매입에 경쟁적으로 나서며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켜왔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2007~2017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목록상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업종현황을 조사·분석했다.

지난 10년간 늘어난 계열사의 대부분은 비제조업이었다. 2007년 139개였던 비제조업 계열사는 2017년 249개로, 1.79배(110개)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은 2007년 88개에서 2017년 120개로 1.36배(32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7년 기준 비제조업 계열사는 제조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진출이 쉽고 내부거래가 용이한 금융업, 건설·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전문·과학·기술·교육·사업지원 서비스업 등에 중점을 두고 계열사를 확장해온 것이다.
5대 재벌 중 계열사 증가는 롯데가 46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39개사), LG(37개사), 현대자동차(17개사), 삼성(3개사) 순이었다.
비제조업 계열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 역시 롯데로, 38개사가 늘어났다. 그 뒤를 이어 LG 28개사, SK 18개사, 현대차 14개사, 삼성 12개사가 늘었다.
또 5대그룹 계열사 중 건설·부동산·임대업 관련 계열사 수는 2007년 13개사에서 2017년 41개사로 28개가 증가했다. 그룹별로는 롯데 14개사, 현대차 9개사, SK 4개사, 삼성 1개사 순이었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대기업 참여 특수목적법인(SPC)까지 포함하면 5대 그룹이 건설·부동산·임대업에 진출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5대 그룹이 소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도 23조9000억 원에서 75조4000억 원으로 51조5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건설·부동산·임대업 계열사 증가는 재벌의 토지 자산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1990년대만 해도 정부가 기업 소유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중과세, 강제매각 등으로 강력히 규제해왔다"며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 같은 규제가 무력화했고, 공시가격 등의 과세표준도 특혜가 주어져 부동산 투기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우리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주요 기업들이 미래 산업동력을 신경쓰기보다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부분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산업과 경기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서 출자받은 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에 출자를 금지하도록 출자구조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 자료를 사업보고서에 의무 공시하고 상시 공개하도록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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