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 핑계로 尹 면회한 與 투톱…강성 지지층에 안주하나

장한별 기자 / 2025-02-03 16:41:07
권영세·권성동·나경원, 서울구치소 방문 …30분이상 尹 만나
尹 "당 분열없이 뭉쳐 지지받게…민주당, 나치처럼 의회독재"
김재섭 "과거 매몰되는 느낌"…유승민 "개인 차원? 말 안돼"
비윤계 "의원들 극우화 제동 힘들어…정 떨어진 중도층 이탈"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5선 중진 나경원 의원도 함께했다.

 

여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면회는 당초 예정된 30분보다 길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12·3 비상계엄' 선포 취지를 거듭 강변하며 당의 단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우리당이 하나로 뭉쳐 국민들의 마음을 잘 모으며 나라를 잘 이끌어가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권 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전했다. 

 

▲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사진 왼쪽부터)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이 3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서울구치소로 출발하고 있고 나 의원은 면회 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당이 분열되지 않고 2030 청년이나 다른 세대들, 우파 내에서도 다양한 생각이 가진 분들이 일사불란하게 잘 뭉쳐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권 위원장이 설명했다.


앞서 나 의원은 면회 직후 취재진에게 면담 내용을 브리핑했다. 나 의원도 "윤 대통령이 당이 하나가 돼서 20·30 청년들을 비롯해 국민께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당의 역할을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계엄 단행 이유에 대해 "줄탄핵과 예산 삭감 등 의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계엄을 통해 국민이 그동안 민주당 1당이 마음대로 한, 국정을 사실상 마비시킨 여러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서 알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한다고 비판하면서 '나치 독재'에 빗대기도 했다고 한다. 나 의원은 "나치 정권도 선거를 통해 집권한 것처럼 (민주당도 그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의회 독재를 이야기하다가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현재 여러 국회 상황이라든지 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보인 편향적 행태에 관한 우려도 나눴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들어 면회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인간적 도리'를 내세우며 '개인적 차원'임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을 때 위로, 격려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동행하는 권 위원장 입장도 대변했다. "권 위원장이 '대학 시절과 이후 검사 생활을 통해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이 깊으니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해 공교롭게 같이 가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지도부 차원에서 가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당무와 국회 운영을 총괄하는 투톱이 윤 대통령을 만나는 건 지도부 방문의 의미를 지울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비윤계에서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잇달아 내며 '옥중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갖는 광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민의힘 지도부가 구치소로 달려간 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비친다.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도·무당층은 대체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감이 상당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 국민의힘 투톱이 윤 대통령을 감싸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이 적잖다.

 

한 비윤계 인사는 "지도부 면회를 보고 여당에 정이 떨어진 중도·무당층이 등돌릴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 소속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과 손잡고 극우화 행태를 보여도 지도부가 제동을 걸 수 없다"며 "의원들도 '도리'를 핑계삼으면 지도부는 할 말이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며 현재의 지지율에 안주하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고 짚었다.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는 비대위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과거에 매몰되는 느낌이 든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아무래도 당의 투톱이 다 가면 공식적으로 가는 것처럼 인상이 비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개인 차원으로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개인이 어딨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 접견은 당에) 족쇄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우리는 탄핵에 당론으로 반대하고 내란 아니라고 우긴 당으로서 조기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무슨 중도층 마음을 잡겠나"라고 반문했다.

 

권 위원장은 "우리당의 어떤 의원님이 '왜 구치소까지 찾아가냐'고 그러는데 구치소에 집어넣었으니 구치소로 찾아갈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박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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