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불씨 당기는 '김건희 리스크'…특검법 재표결이 분수령

박지은 / 2024-10-02 17:06:12
尹, 김여사 특검법 두번째 거부권 행사…4일 재표결 예정
檢 "명품백, 접견 위한 수단" 무혐의…도덕적 판단은 남아
특검법 贊 과반, 與에 압박…반란표 나오면 갈등 기폭제
'김대남 녹취' 대결전선…친한 "배후규명" 친윤 "개인행동"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 특검법은 올 초 "총선용"이라는 이유로 국회로 돌아간 뒤 재표결을 통해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엔 "위헌·위법 법안을 강행 처리한 야당 탓"이라는 게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국은 올 초와 사뭇 다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정적 여론이 쌓일대로 쌓인 상태다. 

 

국민 반감을 건드린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 사례다. 더구나 검찰은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하면서 '황제 조사' '총장 패싱' 등 논란을 자초했다. 두 차례 열린 수사심의위 결과가 불기소, 기소로 상반된 것도 문제를 키웠다.

 

검찰은 결국 이날 김 여사와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 등 관련자 5명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돼 제공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여사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법적 판단은 고발 10개월 만에 끝났으나 도덕·윤리적 판단은 언제 마무리될지 불투명하다. 검찰에 대한 국민 시선이 곱지 않고 의구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과반에 달하는 배경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65%가 나왔다.


그런 만큼 이번 거부권 행사는 예전보다 정치적 부담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국회 재표결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22대 국회에선 여당 의원 8명이 이탈하면 특검법은 재의결된다. 특검법 부결이 김 여사 방탄으로 비치면 역풍이 거셀 수 있다. 여당 의원에겐 적잖은 압박이다.

여야는 이날 국회로 돌아온 김 여사 특검법 등을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기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재의결을 벼르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정말로 공정을 중시한다면 각종 범죄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수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친윤계 등 여권 주류는 특검법을 막기 위해 총력전 태세다. 부결되더라도 이탈표가 나오면 윤 대통령과 여당에겐 큰 타격이다.

 

그러나 당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와 친한계는 국민 정서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거듭 주문하는 이유다. 비윤계도 공감한다.

 

김재섭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이 김 여사에게 정치적, 윤리적 책임이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의 침묵을 김 여사에 대한 이해나 동조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김 여사 사과를 촉구했다.

 

친윤계는 반대한다. "김 여사가 사과할 필요가 없고 그럴 때도 아니다"는 것이다. 계파 간 이견이 큰 터에 특검법이 재표결되면 결과는 예측불허다. 반란표가 예상외로 많으면 반목과 불신의 촉매제가 될 공산이 크다. 내전의 불씨를 당기는 셈이다.

 

공교롭게 한 대표를 자극하는 '김대남 녹취'가 공개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보증보험 감사인 대통령실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이 7·23 전당대회 국면에서 유튜브 방송에 한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 절차에 착수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에서 "김대남 씨는 국민의힘 당원"이라며 "보수정당 당원이 소속 정당 정치인을 허위 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 행위이자 범죄"라고 규정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이 유튜브 채널과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며 "이번에 잘 기획해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진상조사 방침이 전해지자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탈당하더라도 (한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일 수도 있고 업무방해 등도 검토해 볼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친한계는 김 전 행정관 배후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나와 "김대남 씨는 진영을 팔아먹었다"며 "단독범행이었는지, '조직 플레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용산을 겨냥하는 기류다.

 

신평 변호사는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은 김대남이 어떻게 해서 들어왔고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을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개인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한계와 또 다른 대립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실을 배후로 지목하면 공멸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과 윤 대통령 부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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