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와 연민, 최인호 작가의 시선…'북서풍' 전시

장한별 기자 / 2023-12-27 14:52:54
1월 4일~27일 서울 삼청동 '월하미술'서 개인전

"나의 내면에 자리한 고뇌나 아우성 따위와는 무관하게 지구는 돈다. 한땀 한땀 캔버스를 채워가는 점과 선, 색채의 의미도 내가 투사한 것일 뿐 현실은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처럼 차고 냉혹하다. '길 없는 길'에서 슬퍼지고, 밝아지고, 소리를 지르다가 스스로 또 하나의 길이 된다.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하며 오늘 또 하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빈자(貧者)의 실존적 리얼리티를 거칠고 우울한 색감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최인호 작가(63)가 '북서풍'이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월하미술에서 오는 1월 4일부터 27일까지 갑진년 첫 개인전을 연다.
 

 

파리 국립 장식미술학교(Ecole des Arts Décoratifs, 1986~1991) 출신으로 현대 회화계에서 두드러진 존재로 주목받고 있는 최인호 작가는 톤 다운된 색채와 거친 질감, 담담한 관조의 시선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낸다. 그는 파리에서 창립된 공동 창작 아틀리에 '소나무회'에서 작가 이배, 권순철, 곽수영과 함께 활동한 이력을 바탕으로 현대 회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평론가 심상용은 "최인호가 그리는 인물들은 부조리한 실존으로 얼룩진 빈자의 리얼리티 그 자체다. 지나치게 유약하고, 감정은 느슨하게 이완돼 부조리한 환경에 맞서 싸울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동작의 결핍, 낮은 채도, 이완된 뉘앙스가 저항의 고유한 무기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실존의 낙오자가 됨으로써 오히려 가장 탁월한 실존의 보고자가 되는 역설이다"라고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북서풍' 전시에서는 작가의 가평 작업실에서 탄생한 새로운 작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나무를 태운 재와 아크릴 물감을 섞어 채색하는 작업 방식을 통해 어두운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캔버스 위에 거친 질감을 드러냄으로써 입체감과 깊이를 부여한다.


▲ 최인호, 우포늪, 120x12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재.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캔버스 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작품 속 인물들이 작품 바깥의 세상을 응시하며 세상과의 교류를 갈망하는 동안,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과 관계를 묻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 본인과 다른 이들, 권력과 부, 명예로부터 소외되거나 소유한 자, 지배하는 계층과 소외된 계층,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또는 우리 주변의 풍경에서 출발하여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는 최인호 작가의 작품이 어둡고 우울해 보이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어린 시선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작업임을 상기시킨다. 
 

▲ 최인호, 빨간방, 91x72cm, 캔버스에 아크릴릭, 재.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깊이 있는 메시지와 예술적 완성도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상 경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월하미술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최인호 작가의 미적 세계와 실존적 세계관, '덜 그리기'가 연출하는 오묘한 예술적 표현력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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