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구속 취소…유동성 커지는 탄핵 정국

장한별 기자 / 2025-03-07 20:22:07
법원 "구속기간 지나 기소"…檢 즉시항고 없으면 석방
헌재 선고 영향 주목…조기 대선 시 尹 영향력 커질 듯
與 환영…"법원 입장, 尹 탄핵심판에도 십분 반영될 것"
이재명 "檢 산수 잘못했다고 尹 헌정파괴 없어지진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청구한 '구속 취소' 신청을 법원이 7일 인용했다.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1월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47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구속이 부당하다며 윤 대통령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만료된 상태에서 위법하게 기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법원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즉각 풀려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날부터 7일 안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즉시항고 시 항고 법원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구속 취소'의 집행이 정지된다는 얘기다. 검찰이 항고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윤 대통령 석방은 탄핵 정국의 유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주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나아가 조기 대선 시 경쟁 구도와 판세 등이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여야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강력 반발하며 검찰을 향해 즉시항고를 압박했다. 여권은 환영했다. 내부적으론 윤 대통령 행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충돌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했던 공수처를 성토하며 헌재 결정에 대한 낙관론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구속기간 만료에도 윤 대통령을 기소해 불법 구금을 했는지 여부,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 여부 등 주요 쟁점 판단에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자체도 문제가 되고 있어 검찰이 하루빨리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런 법원의 입장이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십분 반영될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대해선 "즉시 항고해 구속 취소 효력을 막겠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재 역시 무리한 법적 해석과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탄핵 심판) 평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에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원 결정이) 헌재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초보적인 산수를 잘못했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파괴했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절차적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며 "우리가 보기에는 구속 기간 계산을 검찰이 잘못(계산)한 것 외에 다른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법원 결정은 헌재의 탄핵심판과 전혀 무관하고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즉시 항고함으로써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여권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구치소로 불러 메시지를 전파하는 등 '옥중정치'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탄핵심판 과정에선 계엄 정당성과 탄핵 부당성을 강변하며 대야 투쟁의 중심축을 자처하는 모양새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규모 장외 집회를 잇따라 열고 탄핵 반대(반탄) 목소리를 높이며 여론전을 펼쳤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과 지지자들 눈치를 보며 극우화로 치달았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로 복귀하면 입김은 더 세질 가능성이 적잖다. 특히 반탄 세력의 기세를 높여 헌재 압박을 높이는 상황을 유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탄핵 찬반 여론이 더 과열돼 국민 간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반탄파와 찬탄파가 거리에서 더 격렬히 싸우며 국론 분열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장 소장은 "반탄파는 탄핵 심판 기각을 노리며 대규모 장외 집회를 통해 헌재를 더 세게 밀어붙이려 할 것이고 찬탄파가 맞불을 놓게 되면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으로선 윤 대통령이 직접 스피커로 나서 지지층을 자극할 경우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보수층이 뭉칠수록 중도층은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도 '윤석열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필요한데, 큰 모험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탄핵이 인용돼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영향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당심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판세를 좌우할 열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여권으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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