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마이웨이'…쇄신 방향 구체성 결여, 발표 형식도 문제
비공개 회의때 "저부터 잘못…국민 뜻 잘 받들지 못해 죄송"
민주 "변화 기대한 국민 외면"…조국당 "국민이 사과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TV로 생중계되는 모두 발언을 통해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직접 총선 관련 메시지를 발표한 건 총선 후 엿새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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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는 오로지 '국민·국익'만을 위해 국정 방향을 제대로 잡고 할 만큼 했다는 판단이 읽힌다. 국정 운영에서 잘못한 게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자신의 '노력'과 '선의'에도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미흡했다는 것이다.
오만·불통의 독선적·일방적 국정 스타일에 분노한 민심이 '윤석열 정권'을 매섭게 심판했다는 여론의 평가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윤 대통령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정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는 자성을 곁들였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정권을 심판한 총선 민심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정 과제·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수정 없이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국정 방향은 옳으니 누가 뭐래도 밀고 나가겠다는 고집이 엿보인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한다"며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었는데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지만 국정 쇄신 방향과 야당과 관계 설정 등 협치 방안 등에 대한 구체성은 없었다는 지적이 적잖다. 입장 발표 형식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 국무회의가 아닌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가 적절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국정 쇄신책을 내놓지 않은 건 총선 민심을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운영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선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며 "대통령부터 국민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결과는 한편으로는 당의 선거운동을 평가 받는 것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국정 운영을 국민으로부터 평가 받는 것"이라며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이라 받아들인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밝혀야할 '사과'를 비공개 회의에서 한 것에 대해 뒷말이 나온다. 모두 발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죄송하다"는 윤 대통령 심경을 대통령실이 공지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에 대해서도 고위관계자는 "누굴 만나느냐 이런 부분은 모두 다 열려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정희용 수석대변인을 통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다짐과 실질적으로 국민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펼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조금이라도 국정의 변화를 기대한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혹평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불통의 국정운영을 반성하는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결국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며 "윤 대통령은 아집과 독선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답이 없다' 싶다"며 "국민은 윤석열 정부가 걸어온 길, 가려는 길이 모두 틀렸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여전히 '내가 맞다'고 우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심지어는 국민을 향해 화를 낸다"며 "'역대급' 심판에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에 일말의 기대를 갖는 것조차 부질없는 일 같다"고 개탄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몰라봬서 죄송하다"며 "윤 대통령 자신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하니 국민이 외려 사과해야 하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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