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류가 뭐길래'…글로벌 문화변동과 K컬처의 진화

장한별 기자 / 2024-01-09 14:20:30
한류를 읽는 다섯 가지 키워드

한류 연구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심두보 교수의 첫 번째 대중서(단행본)가 출간됐다.

 

이번에 내놓은 책 '한류가 뭐길래'는 1990년대부터 움트기 시작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는 한류의 궤적과 이에 관련된 사회문화적 함의를 포괄적으로 정리한 대중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선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한류 현상에 대한 올바른 관점, 즉 한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저자는 2001년부터 6년가량 싱가포르에 거주할 때 주변 동남아 국가들을 자주 방문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요의 유통과 소비가 증가하고 팬덤이 확대함에 따라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관찰하면서 2013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한류에 대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초국가적인 이동·유통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외국 수용자들의 팬덤이라는 두 개의 서로 밀접히 관련된 층위로 구성된 문화 현상'.


저자의 이 같은 진단은 한국 대중문화 상품이 특정 국가에 수출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 수용자들의 애호와 적극적 소비가 없다면 한류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한류에 관한 연구가 '무엇이 어디에서 발생했다'를 보고하는 수준과 형식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며 현상에 대한 두꺼운 묘사(thick description)와 함께 현상의 여러 동인과 요소를 맥락화해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한류의 출발점이 된 1990년대 전 지구화에 따른 미디어 시장의 개방,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디지털화,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한국 사회의 노력, 정치 민주화에 따른 창작환경 개선, 창의 인력의 문화산업 유입, 한국 콘텐츠의 오락적 역량 강화, 한국 문화상품을 선택한 각국의 시장 상황, 인터넷과 플랫폼 발달에 따른 콘텐츠 접근성의 강화, 기술적 수단(자동 번역과 자막 장치 등)의 구현, 문화 매개자의 역량과 기능 등등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도한 콘텐츠 수출 행위', '한국에서 발생한 독특한 초국가적 문화 현상',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산업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음악,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문화콘텐츠들의 동시다발적 해외 진출' 등으로 한류를 정의하고 있는 여러 시각들을 비판한다. 

 

저자의 이러한 비판은 한류 현상의 핵심인 해외에서의 유행과 소비를 경시함으로써 한류 현상에 내재한 국제성을 간과하고 있는 점과 한류에 대한 자국중심주의적 태도를 겨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자는 '한류가 뭐길래' 서문에서 "서구에 의해 지배되어 온 국제문화 흐름의 구조를 뒤흔드는 문화 실천인가 아니면실체가 부풀려진 환상 가득한 '국뽕'의 신기루인가" 하는 화두를 던지며 한류라는 특정 현상이 문화에 관해, 국제관계에 관해 그리고 인문지리적 상상과 관련해 우리의 사고를 자극하는 '생각의 곳간'이라는 관점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주요 담론인 한류를 인문주의의 태도로 고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류가 뭐길래'가 제시하는 한류 키워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문화 현상으로서의 한류에 대한 담론으로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문화상품을 받아들인 동아시아 수용자가 1997~98년경부터 한류 현상이라 칭할 만한 문화적 반응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둘째는 한류 발생의 복합 요인성이다. 이와 관련, 저자는 한류가 정부가 기획해 만든 문화 현상이라는 시각은 다양한 요소가 얽혀 파생된 여러문화적 현상의 총체적 결과임을 간과하는 근시안적 사고일 뿐이라는 비판한다. 

 

세 번째인 한류의 위치성에 대해서는 문화 다식가(cultural omnivores)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다. 즉 "한류가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라는 식의 '국뽕'을 자극하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케이팝 및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외국 수용자가 선택하는 수많은 문화 메뉴 중 하나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문화와의 관계성으로 먼저 진입한 유사한 성격의 타국 문화나 특정한 문화 매개자로 인해 한류가 촉발되는 의외성과 '징검다리 효과 같은 것을 들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문화의 혼종성이다. 저자는 오랜 기간의 혼종을 거친 한국 문화가 식민주의, 전쟁, 독재, 민주화와 산업화 등을 거치며 역사적 경험이 녹아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한다. 또 이것의 결과물이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맞닿아 글로벌 대중문화에 큰 획을 긋는 한류가 발생했고 지금껏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류가 산업적 효과 이상의 효능을 지닌다고 의견을 밝히며 한류라는 흐름에 얹혀 우리에게 되돌아오는(還流) 의식과 태도를 강조한다. 그것은 타국 사람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받아들이고 열광하듯이 한국인 역시 인종적 감수성과 포용성을 강화해 타문화에 더욱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곧 문화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는 자세이며, 한류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지혜라고 충고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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