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타워크레인…노조는 왜 고공농성을 펼치나

김이현 / 2019-06-05 15:10:58
타워크레인 건설현장 80% '스톱'…이틀째 고공농성
노조 "안전한 일자리" vs 경총 "기득권 지키기"
파업 장기화 조짐…"안전규정 마련할 때까지 파업"
▲ 지난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서 노조원이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안전한 일자리를 원한다."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작업이 멈춰섰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70m 상공에서 농성을 벌이는 이유는 '안전한 일자리' 확보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는 소형 타워크레인을 장려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점검과 규제는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위험요소를 제거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만하다.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갈수록 소형 타워크레인이 늘어나자 파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장비의 소형화·무인화 추세가 건설현장에 닥치자 위기를 느낀 노동자들이 '일자리 확보'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는 것. 여기에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이 맞물렸다는 얘기다. 동일하게 '일자리'를 논하면서도 결이 사뭇 다르다.


파업 이틀째…타워크레인 80% '스톱'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노조가 고공농성 중인 타워크레인은 1600여 대(경찰추산)고 노조 추산 2300여 대(민주노총 1500·한국노총 800)다. 전국 가동 타워크레인이 3000여 대임을 감안하면 80% 정도가 파업에 동참한 셈이다. 파업 이틀째인 5일 여전히 고농공성은 진행되고 있다.

노조의 고공농성은 당초 4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노조 측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부논의를 거쳐 3일 오후 5시를 기해 크레인 작동을 멈췄다.


▲ 지난 4일 오전 양대 건설노조가 서울 신길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 앞에서 타워크레인 총파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고위험 큰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중지"

쟁점의 중심에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있다.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들어 올리는데 쓰는 장비다. 3톤을 기준으로 소형과 대형으로 구분되는데, 소형은 조종석이 따로 없고 리모컨으로 조종하기 때문에 무인 타워크레인으로도 불린다.

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해달라는 입장이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 소형 크레인에 안전 문제가 있다며 사용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확실한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소형 크레인 사용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주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위원장은 "소형 크레인타워는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다"며 "건설사들은 공정률을 높이려고 소형 타워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형 타워크레인은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돼 사고가 많고 최근에도 3명이 사망했다"며 "운전석을 설치하고 높이를 제한하는 등 규제 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타워크레인은 사람이 직접 조종석에 앉아서 작업한다. 작업 현장을 내려다 보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소형 타워크레인은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방식이다. 공사 현장 주변 시야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더구나 전문 면허가 아닌 20시간 교육으로 무인크레인 조종자격이 생기는 만큼 안전사고 발생 확률도 커진다는 얘기다.

불법 개조와 엉터리 설계도면이 사고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3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급격히 증가한 소형 타워크레인의 경우 중국산이 대부분이고, 유인으로 수입·등록한 뒤 무인으로 불법 개조한 경우도 있다"면서 "전부 한국산업표준(KS) 규격에 맞지 않는데도 국토부가 등록허가를 내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소형 타워크레인은 최근 급증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 14대에 불과했던 소형 타워크레인 등록대수는 2015년 271대, 2016년 1332대를 거쳐 현재 1845대로 크게 늘었다. 양대 노총이 안전대책을 강구하라며 고공농성을 벌이는 까닭이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 4일 오후 인천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정병혁 기자]

"파업 목적은 '안전'아닌 '일자리 보장'"​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건설업계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정확히 집계된 것이 없고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양대 노총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만, 파업에 나선 진짜 이유는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라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일어나는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경기 악화와 더불어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라 임금 인상 및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형 크레인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값도 싸고 노동자들도 더 안전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계도 혁신의 흐름을 거스른다며 노조의 파업을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소형 타워크레인은 안전성과 경제성 등 장점이 많아 활용되고 있다"며 "조종사가 크레인에 탑승하지 않아 오히려 지상의 공사현장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고, 사고 시 인명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노조의 행동은 산업발전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득권 지키기"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원칙 재확인… "명확한 안전규정 마련해야"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크레인 불법 개조나 연식 허위 등록 등에 대한 전수검사를 강화하고 관리기준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비상 대책반을 운영 중이고 공정 차질 최소화 및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할 예정"이라면서도 "타워크레인 사용 여부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현장 모든 타워크레인 퇴출을 말하는 게 아니다"면서 "설계상 재원, 조종석 설치 등을 명확한 안전 규정을 못박고, 불법개조 타워크레인을 현장에서 퇴출시켜 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분들이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하기도 한다"면서 "업계 쪽에서는 일자리 문제로만 비약시킨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혁신이라는 게 반드시 일자리와 배치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식으로 활용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함께 활용될 때 더 나은 혁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그런 것을 고민하지 않고 인건비 절감에만 치우치는 방식으로 기계를 활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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