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방탄'으로 가는 이재명, 역풍 무시?…체포안 부결 호소

허범구 기자 / 2023-09-20 14:30:04
불체포특권 포기한다더니 표결 하루 전 '파기'
"체포안 불법 부당…가결은 檢공작수사에 날개"
친명·개딸, 부결 압박…‘체포안 살생부’도 돌아
비명계 선택 기로…진중권 "李, 바짝 쫄았네"

더불어민주당이 또 '방탄 국회'로 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20일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친명계와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들은 비명계를 향해 부결 압박을 한층 강화할 명분이 생겼다. "방탄 지옥에 빠질 것"이라며 가결을 외쳐 온 비명계는 선택의 기로에 처했다. "소신 투표를 하면 '수박'으로 찍혀 내년 총선 공천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는 관측이 적잖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도 했다. 이날 페북 메시지는 석달 전 약속을 '파기'한 셈이다. 

 

이 대표는 검찰을 성토하며 결백을 거듭 호소했다. "이번 영장청구는 황당무계하다", "대북송금은 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등등. 또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내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검찰이 정치공작을 위해 표결을 강요한다면 회피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당당히 표결해야 한다"며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이 대표는 지난 18일부터 서울 녹색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병상 단식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인 장문의 입장문을 냈다.

 

이날 오전 본회의에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보고됐다. 두 안건은 모두 21일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표결된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배임),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뇌물)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요건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1차 방탄' 때 호된 비판 여론과 계파 갈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이후 잠잠하던 부결론은 이 대표 단식을 기점으로 들끓었다. 특히 이 대표가 병원에 실려 간 지난 18일 당일 구속영장 청구가 기폭제였다. 친명계 의원은 물론 지도부도 부결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도한 전·현직 검사들이 청구한 체포동의안을 단칼에 부결시키자"고 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검찰의 영장 청구는 근거 박약한 부당한 정치 행위니, 부결이 맞다"고 썼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긴급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비명계의 선택이다. 이들 중 '가결파' 규모가 무시못할 수준이라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에서 최소 28표의 반란표만 나오면 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 부결 결과에도 민주당에서 30표가량 이탈표가 나왔다는 추정에 계파 갈등이 격화한 바 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난 2월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대부분 또 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언론 분석에 따르면 이른바 반란표가 38표라고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는 식의 모습을 보인다면 이 대표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역시 방탄이었다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이 대표가 직접 가결해달라고 요청하면 당은 분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가결이 아닌 부결을 요청해 비명계 부담은 커진 형국이다. 더욱이 일부 친명계와 개딸들의 겁박은 더욱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친명계 진영에선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 당원들이 그들의 생명을 끊을 것"이라는 발언이 공공연히 나온 상황이다.

 

강성 지지자는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문자를 보내 개별 의사를 확인중이다. ‘체포안 부결’ 의사를 밝힌 의원 명단을 사진·‘맹세’와 함께 증거로 남기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사이트에는 이날 오전 민주당 의원 168명 중 66명이 부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2차 방탄'에 대한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와 당의 행보는 방탄에 비판적인 여론을 외면한 것으로 비치는 탓이다. 민심 향배가 관건이다.

 

가결표 규모에 따라선 '수박 색출 소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비명계 반발로 인한 계파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선택이 당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바짝 쫄았네"라며 "이게 뭔가. 구질구질하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교수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서 판사 앞에 왜 못 가나"라며 "자기도 변호사인지라 가면 구속된다는 걸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직격하며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결국 지난 6월 이 대표가 국민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치던 그 말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체포안 통과에 반대하는 의견은 49.8%, 찬성하는 의견은 44.2%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과 이념 성향에 따라 의견이 확연히 엇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체포동의안통과 찬성 응답이 86.4%,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통과 반대 응답이 83.9%로 압도적이었다. 보수층과 진보층에서는 각각 '통과돼야 한다'(66.0%), '통과되면 안 된다'(68.4%)가 과반이었다.


이번 조사는 뉴시스 의뢰로 지난 17,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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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기자

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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