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 美 제소…"인력 빼가기로 영업비밀 침해"

오다인 / 2019-05-01 13:35:13
美 ITC·델라웨어 지법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
LG화학 "2017년부터 2년간 핵심인력 76명 빼가"
"입사지원서에 영업비밀 매우 상세하게 기술 요구"
SK이노 "정당한 영업활동에 불필요한 문제 제기"

LG화학이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 등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LG화학은 "전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을 통해 2017년부터 자사의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SK이노베이션으로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하면 소송 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거개시 절차는 미국 법원이 소송 대리인으로 하여금 상대방의 증거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절차로써, 이에 따라 소송 당사자는 보유한 소송 관련 정보와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자사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했다.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도 다수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현재에도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기술에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지원자에게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을 비롯해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 한 동료 전원의 실명을 기술하라고 요구했다.

▲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 [LG화학 제공]


▲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 [LG화학 제공]


예컨대 지원자 A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의 전극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 내용이 당시 상황과 배경, 목적에서부터 결과물인 개선방안과 성과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의 전 내용이 기재됐다.

LG화학은 지원자들이 집단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 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내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지난달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기술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달라'는 내용증명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 같은 자제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과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런 행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써,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부연했다.

LG화학은 올해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인정해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 금지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했다.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은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면서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날 "SK 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에서 경력직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SK 배터리 사업은 기술력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LG화학이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 절차를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ITC가 이달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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