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 정치 말년 '올드보이' 수난 시대

김광호 / 2019-09-03 14:03:06
손학규·정동영, 당대표 취임 1년만에 진퇴양난
비당권파 퇴진 요구에 요지부동…'손학규 선언' 발표
11명 집단탈당 겪은 정동영, 원내 '제5정당'으로 추락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두 거물 정치인의 정치 말년이 순탄치 않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손 대표는 제1야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냈다. 통일부장관과 당의장을 역임한 정 대표는 집권당 대선후보까지 지냈다.


지난해 늦여름 비슷한 시기에 당 대표로 취임한 두 사람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 속에 거대 양당 체제를 깨뜨릴 주역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의 리더십이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두 당은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당이 '범진보 대 범보수' 구도에 흡수되느냐, 양대 세력의 대안인 '제3지대'로 뭉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제기됐던 '올드보이밖에 없냐', '돌고 돌아 그 사람'이라는 비판이 현 상황을 예측한 모양새다.

▲ 진퇴양난에 처한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시스]


안철수‧유승민계 거센 압박에도 '마이웨이' 손학규, 당 사수 의지 분명히

지난해 9월 손학규 대표가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의 당권파와 안철수·유승민계의 비당권파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바람 잘 날이 없다. 4·3 보궐선거 참패와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은 손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특히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제 개편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 위해 사보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발한 안철수계‧유승민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현재 손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각자 추구하는 이념과 목표가 다른 정당(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의 인사들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과 평화당이 각자 안철수계·유승민계와 호남계에 통합하자는 손짓을 보내는 등 당 외부의 원심력도 손 대표를 옥죄는 상황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지난 8월 20일 바른정당 중심의 제3지대 정계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손학규 선언'을 발표하면서 당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지대 빅텐트론', 창당 주역인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향한 '화합 러브콜'이 선언의 핵심이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격한 공방 속에서 '손학규 선언'은 묻혀 버렸다. 당권파 내부에서도 손 대표가 중대한 정치적 결심을 밝힐 때마다 다른 대형 이슈에 가려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소위 '만덕산의 저주'에 또 한 번 갇힌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온다.


바른정당계 지상욱 의원은 〈UPI뉴스〉에 "손 대표는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당 통합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제대로 된 비젼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당헌·당규를 파괴하면서 하는 일들까지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 의원은 "손 대표는 지난 1996년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 DJ(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 JP(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상대로 노욕을 거두라고 비판하셨던 분"이라면서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 10%를 이루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하셨다가 최근 번복하셨는데, 10%가 안되는 것은 당의 미래비전과 본인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게 대선배로서 맞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가라앉는 정동영의 '평화당호'…대안연대 "신뢰잃은 정대표가 자처한 것"


이미 분당 사태를 겪은 정동영 대표는 손 대표에 비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 평화당 분당 사태로 정 대표는 '정치생명'의 최대 고비를 맞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68.6%를 얻어 당대표에 당선됐으나 불과 1년 만에 당 소속 의원들의 집단탈당이 공식화됐다.


유성엽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10명의 비당권파 의원들과 독자 탈당을 선언한 김경진 의원까지 11명이 당을 떠나면서 평화당은 원내 4번째 정당의 지위를 내려놓았다. 정 대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당내 갈등을 끝내 수습하지 못함에 따라 당대표로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정 대표는 취임 당시 3%대였던 평화당 지지율을 15%까지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최근 평화당 지지율은 2% 안팎으로 우리공화당과 순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 대표(전북 전주 병·4선)의 5선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거듭되는 지지율 하락으로 호남 지역에서조차 평화당이란 간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당 원내대표를 지낸 대안정치연대의 장병완 의원은 본지에 "정 대표가 의원들 대다수의 반대에도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을 밀어붙였고, 여러 차례 의원들과의 약속을 어겨 신뢰를 잃었다"며 "평화당을 정 대표 개인의 사당화하려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도 탈당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두 거물 정치인이 위기를 겪게 된 원인에 대해 김성수 교수(한양대 정치외교학)는 "손 대표의 경우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두 계파를 끌어들이고 포용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데 주력해 당의 응집력을 무너뜨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 대표는 호남에서도 민주당의 영향력이 강한 전북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대다수가 전남을 지역구로 하는 당내 주류 의원들을 상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두 당 모두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급조된 정당이어서 당이 가진 정체성과 결속력이 불분명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 점도 두 대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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