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한, 핵 포기하면 대규모 경제 지원하겠다"

송창섭 / 2024-08-15 12:18:52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 독트린 발표
경제 협력·인적 왕래 등 논의할 협의체 제안
북한 주민 인권 개선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
광복회 등 시민단체·야당 불참…반쪽 행사로 열려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4.08.15. [뉴시스]

 

윤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된다"고 밝혔다. 북한을 상대로는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비핵화를 하면 대규모 정치·경제적 지원 등이 포함된 '담대한 구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은 지난해에 이어 재차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 앞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사적 과제가 있다. 바로 통일"이라고 밝혔다. 또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녁땅'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축사에서 통일 비전과 추진 전략 및 방안 등이 담긴 '8·15 통일독트린'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우선 실무자 중심의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모두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이외에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와 같은 인도적 현안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남북대화는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평화 보장과 생활 개선 등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통일 독트린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낼 지는 미지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자유 가치를 북녘으로 확장하고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다차원적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위해 국내·외 민간 단체, 우방국, 국제기구와 공조할 뜻도 분명하게 밝혔다.

 

학계에서는 이날 발표된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발표한 '흡수 통일론'의 합작품으로 평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전략적 모호성이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유 통일'이라는 우리 헌법의 보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별점은 분명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등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역대 보수 정부는 중간 단계의 느슨한 교류 협력을 거쳐 통일 국가로의 발전을 꾀했는데, 이번 통일 독트린은 사실상 무력·흡수통일론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이 보기에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하는 인권 문제를 우리 정부가 거론한 것 자체가 김정은에겐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뜻으로 이해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종찬 광복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에서 최근 독립기념관장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8·15 광복과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대일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강제 동원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위로는커녕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언급조차 없었다. 되레 윤 대통령은 이날 "사이비 지식인들이 거짓선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동과 날조를 하며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반통일 세력"이라고 비난한 뒤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란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광복절 경축식은 사상 처음으로 반쪽 행사로 열렸다. 광복회를 비롯한 국내 37개 독립운동단체와 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문제 삼으며,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별도로 기념식 행사를 가졌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하루 전인 14일 입장문을 내고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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