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국 블랙홀'에 빠지다

장기현 / 2019-09-30 11:32:57
한국 사회 뒤흔든 '조국 대전'…모든 이슈 빨아들여
'조국의 50일' 법무장관 내정부터 자택 압수수색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8·9 개각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내정하면서 시작된 '조국 대전'이 지난 27일로 50일째를 맞았다. 대통령도 아닌 장관급 인사의 거취 문제로 그야말로 '대전(大戰)'이 벌어진 것은 건국 이래 유례가 없는 일이다. 

▲ '조국의 50일' 타임라인 [UPI뉴스]

 

장관 후보자의 국회 '무제한' 기자간담회,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등 헌정사에서 본 적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조 장관의 임명과 사퇴를 놓고 정치권에서 촉발된 갈등은 경제, 사회, 문화, 문화계까지 확산돼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고,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전쟁의 서막, 사모펀드·딸 입시 의혹 제기

'조국 대전'의 서막을 알린 최초 의혹은 8월 14일 조 장관 가족이 2017년 한 사모펀드에 74억5500만 원을 출자하기로 투자약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 시작됐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딸 조모 씨, 아들 조모 씨는 2017년 7월 31일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각각 67억4500만 원, 3억5500만 원, 3억5500만 원 출자를 약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9억5000만 원, 자녀 둘은 각각 5000만 원의 출자금을 실제로 납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조 장관 가족이 약정한 금액이 신고된 재산인 49억8981만 원보다 약 24억 원가량 많아,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당시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지 약 두 달 지난 시점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조 장관 가족이 74억여 원의 투자약정을 하고 실제로 10억여 원을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영사 코링크프라이빗에퀴티(PE)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 씨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관련 의혹은 논란의 중심에 섰고 5촌 조카 조 씨가 구속되는 등 사모펀드 의혹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이보다 전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것은 조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이었다. 8월 19일 "조국 딸, 두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는 보도를 통해 관련 의혹이 최초 제기됐다. 딸 조 씨는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뒤 두 차례에 걸친 유급에도 불구하고 6학기에 걸쳐 200만 원씩 총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해당 장학금은 당시 딸 조 씨의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양산부산대병원장(현 부산의료원장)이 개인적으로 만든 '소천장학회'에서 지급했다. 특히 노 원장이 올해 부산의료원장에 취임하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장관이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노 원장의 임명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다음날에는 조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이 보도됐다. 딸 조 씨는 한영외고에 재학 중이던 2008년 2주 동안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그해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란이 되자 결국 병리학회는 8월 5일 해당 논문을 직권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논문이 취소되면서 조 씨의 고려대 입학도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고려대 입학이 취소될 경우, 고려대 졸업을 전제로 한 부산대 의전원 입학도 자연스럽게 무효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조 장관 딸의 입시 특혜 의혹은 20대 분노를 촉발시켰고, 결국 대학들의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촛불집회'와 '시국선언'…국론분열로 갈등 심화

조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이 제기된 지 나흘 만인 8월 23일, 조 장관의 모교이자 직장인 서울대와 조 장관 딸의 모교인 고려대 학생들이 각각 캠퍼스에서 조 장관 딸의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조국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렇게 시작된 대학가의 '촛불집회'는 주최자와 참가자에 대한 정치적 성향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은 9월 19일에도 각 대학 캠퍼스에서 일제히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가졌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서 집회를 기획했던 각 대학의 집행부 학생들이 주축이 된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는 "개천절인 10월 3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첫 연합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집회에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외에 부산대와 단국대 등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 장관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제7차 촛불문화제를 열고 검찰개혁을 촉구했고, 같은날 바로 맞은편에서는 '자유연대'가 맞불 집회를 열고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대치 상황을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교수들도 조 장관의 사퇴와 검찰개혁을 각각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맞불 형태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은 9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비리를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낙망하게 만든 조국 대신, 사회정의와 윤리를 세우며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에 시국선언서를 공개한 뒤 전·현직 교수들의 서명을 받았고, 18일 기준 전국 290개 대학 전·현직 교수 3396명이 참여했다.

반면 '시급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자 일동'은 26일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소명"이라며 "이 도덕적 위기 시기에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기득권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9일부터 검찰개혁 시국선언 온라인 서명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4090명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70여 차례 걸쳐 전방위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입시 특혜·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8월 27일 전격적으로 벌인 첫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대와 부산대, 고려대, 단국대 등 딸 입시 관련 대학과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사무실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9월 3일에는 딸의 봉사활동 관련 내용을 확인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와 정 교수의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사무실을, 5일에는 사모펀드의 자금 흐름 파악을 위해 한국투자증권영등포PB센터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20일 사모펀드 코링크PE로부터 투자를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본사와 자회사 등을 압수수색 했다.

▲ 검찰 수사관들이 9월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23일에는 검찰이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조 장관의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에 11시간이 걸렸는데, 이에 대해 검찰은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집행하느라 시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조 장관 관련 70여건의 압수수색에는 검사 20여명과 수사관 5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여권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비판이 있지만, 혐의 입증은 물론 기소 이후 재판 과정까지 염두에 둔 일종의 사전 작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조 장관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조 장관 가족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2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검찰의 조국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과도하다'는 응답은 49.1%, '적절하다'는 답변은 42.7%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압수수색에 더해 소환조사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장관 딸은 9월 16일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됐고, 22일에도 추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딸 조 씨를 상대로 단국대 의학논문 제1저자에 오른 과정과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발급 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추궁했다. 뒤이어 조 장관 아들도 2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받고 대학원 입시에 증명서를 활용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 이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정 교수는 10월 18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고, 검찰은 막바지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9월 27일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실 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국판 검찰개혁은 지속 가능한가

조 장관은 각종 의혹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쯤 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로 유명한 '검사와의 대화'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청문회가 무산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던 8월 26일에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께 드리는 다짐'에서 검찰개혁안을 꺼낸 바 있다. 

 

절반이 넘는 국민도 조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9월 19∼2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 장관의 검찰개혁 추진에 대해 응답자의 52%가 '긍정적', 35%가 '부정적' 이라고 답변했다.

▲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 25일 오전 두번째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충남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으로 들어서던 중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9월 20일 의정부지검에서 취임 이후 첫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가졌다. 검사·직원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위해 행사 내용과 일정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고, 검사장 등 간부급은 배석하지 않은 채 자유 토론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45분 정도를 초과된 행사에서 검찰개혁 문제와 애로 사항 등에 관해 얘기했고, 일부 검사는 조 장관 일가의 수사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한 현직 검사는 "왜 하필 지금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서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오늘의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조 장관은 25일 '검사와의 대화' 두 번째 일정으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았다. 그는 "어떤 주제도 관계없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듣고, 법무부에 돌아가 향후 정책 논의 때 반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화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간부급이 참여하지 않고, 비공개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 장관은 인사·교육 훈련을 포함해 검찰 제도와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듣고 검찰개혁 과제 선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할지 여부에 대해 "소환 통지가 제게 온다면 그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본인을 소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예상할 수 없다"고 답했고, 부인인 정 교수가 검찰에 추가로 기소될 경우에도 장관직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섣부른 답변이라 생각한다"며 답을 피했다. 

 

특히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을 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당은 검찰이 야당과 '내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은 조 장관의 국무위원 '탄핵' 카드를 꺼내며 다시 한 번 모든 이슈가 블랙홀에 빠지고 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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