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과정·혐오 표현·극우성향 등 유사점 많아
"워마드의 일베화" vs "일부로 전체 단정 못해"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축]백석쭈꾸미남 탄생이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 희생자를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글 아래로 '샤브샤브노', '초장에 찍어먹으면 아주 맛나겠노' 등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댓글이 10개나 달렸다.

이런 상황은 낯설지 않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이미 수차례 본 모습이다. 2015년 한 일베 회원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사진과 함께 "친구 먹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하는 그들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모독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들은 이제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일베는 '노'라는 글자로 문장을 끝내거나 '운지', '노무노무' 등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를 거리낌없이 쓴다.
워마드가 보인 고인 비하의 행태는 일베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일베의 타깃이 진보, 호남, 여성 등 전방위적인 범위를 가진 반면, 워마드는 오직 남성만을 비하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뀌고 있다. 남성의 입장을 옹호하는 여성, 그들의 용어에 따르면 '흉자(흉내자지)'와 노인, 아이, 난민 등 타깃이 다양화되고 있다.
워마드의 시작은 지금과 달랐다. 워마드는 일베 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여성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남성 혐오의 방식을 채택했다. 일명 '미러링'을 통해 받은 그대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 미러링의 대상이 바로 일베였다.
일베와 워마드의 공통점
일베와 워마드는 태생부터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됐다. 일부 회원들이 고인과 호남 등 혐오의 내용을 자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운영진과 갈등을 겪다가 자체 게시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로 독립했다. 워마드도 성소수자 비하 단어를 사용하는 문제로 메갈리아 운영진과 갈등을 겪다 독립된 사이트를 구축하게 됐다. 두 조직 모두 극단적인 성향으로 인해 원래의 조직에서 떨어져나왔다.

일베에서 시작된 혐오 발언은 미러링을 사용하는 워마드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김치녀(여성 비하 표현)와 한남충(남성 비하 표현), 맘충(어머니 비하 표현)과 앱충(아버지 비하 표현) 등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혐오와 증오의 단어들은 재미와 놀이라는 외피를 쓰고 자연스레 이들의 일상에 침투했다. 그리고 그 양은 점점 늘어나고, 유통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워마드 게시물 가운데 차별·비하, 욕설, 잔혹·혐오 관련 내용이 담긴 유해정보 게시물은 490건으로 작년(86건)의 5.7배로 급증했다. 일베의 유해정보 시정요구도 1349건으로 작년보다 2.1배 늘었다. 이는 워마드와 일베의 혐오 표현이 사회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베와 워마드는 극우적인 극단적 과격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무조건적인 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게시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온다. 또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워마드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달님'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금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햇님'이라고 칭송하며 그의 업적을 치켜세운다.
더 나아가 워마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태극기부대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여성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집회의 피켓 구호에는 '문재앙 탄핵, 박근혜 복권', '여성의 이름으로 문재인을 탄핵한다' 등이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문재인 대통령은 남성이기 때문에 탄핵돼야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성이기 때문에 탄핵됐다는 것이다. 일베가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투쟁에 나와 폭식투쟁을 벌이며 보였던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진일보된 어떤 면도 찾아보기 힘들다.
워마드의 일베화?
이처럼 워마드는 미러링의 대상이었던 일베와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베 활동으로 폭식투쟁에도 참여했던 안산에 사는 A씨는 "워마드가 일베를 따라한다고 해서 똑같은 것은 아니다"며 "맹목적인 남성 혐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여성 이기주의"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얼마 전까지 워마드 활동을 했던 대구시민 B씨는 "페미니즘이라는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의 워마드가 이전과는 다르게 사회적 약자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변질됐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워마드는 성평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특히 노인, 아이, 난민 등에 대한 혐오를 계속 드러낸다면, 결국 일베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복권 주장은 우리가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적 가치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더라도 이렇게 고립을 자초한다면 국민들은 일베와 워마드를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마드가 보이는 극단적 성향에 따른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베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부적으로 미러링의 한계를 느끼고, 다른 사이트로 옮기거나 오프라인으로 나올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근 워마드가 태극기 집회에 일부 참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햇님이라 부르며 옹호하는 등 우경화된 주장을 하는 세력이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것만으로 워마드 전체가 우경화됐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적 성향보다는 여성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일부 극단성을 보이는 세력으로 전체를 판단하면 안 된다"면서 "현재 워마드 내부적으로도 자구책을 찾는 조정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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