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이 與 내홍 불씨로?…尹·韓관계 불안불안

박지은 / 2024-08-12 16:58:47
韓측 "복권 반대론 고수…복권문제 패싱 당해" 불쾌감
4선 중진들, 韓과 오찬서 "金 복권 부적절" 의견 전달
친한·친윤 대리전 양상…친윤·홍준표 "韓이 金 사면"
韓 "제 뜻 전달"…좁혔던 尹과 관계, 다시 멀어지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가 여권 내홍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친한계가 이견을 드러내며 충돌할 조짐을 보여서다. 김 전 지사가 속한 야권보다 여권이 되레 더 어수선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은 12일에도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김 전 지사 사면·복권에 반대했다"며 "지금도 그런 의견을 견지하고 있고 복권 관련 보도가 난 뒤에 대통령실에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하기에 앞서 한동훈 당대표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전 지사의 '댓글 여론 조작' 범죄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제도를 파괴한 것인 만큼 정치 활동 재개의 길을 열어줄 명분이 없다는 게 한 대표의 확고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과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복권 반대 이유다.   

 

친한계 진용에선 용산이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야권 중요 인사 복권을 결정하면서 집권당 대표를 '패싱'한데 대한 불쾌감이 상당한 분위기다. 핵심 의원은 "김 전 지사 복권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불만을 토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복권 반대를 공개 주장하는 건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4선 중진 의원과 회동한 뒤 취재진에게 "제 뜻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졌고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봐 더 구체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여당 대표의 반대는 반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대표로선 자칫 친윤계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고 여권 분란의 책임을 질 수 있는 형국이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우리는 군대도 아니고 어버이 당도 아니다"며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니까 여당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태가 당정 갈등으로 또 번지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한 대표 본인이 공식적으로,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복권 수용 불가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만만치 않다. 4선 중진들은 이날 회동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아 한 대표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는 김도읍·김상훈·윤영석·이종배·한기호 의원이 참석했다. 

 

친한계 진종오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사건"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친윤계 기류는 사뭇 다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법무부 장관 시절 사면했던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반대하고 나서니까 조금 특이하고 의아한 상황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당 대표의 지위에 있고 불과 얼마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여러 가지 관계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하는 분들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한 대표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거들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를) 사면해 준 당사자"라며 한 대표를 저격했다.


홍 시장은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당시 탄핵 대선에 출마했던 나와 안철수 의원"이라며 "뜬금없이 (김 전 지사를) 사면해 준 당사자가 복권을 반대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관계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사과 문제 등을 놓고 충돌했던 두 사람이 7·23 전당대회 후 손을 맞잡아 반목과 불신을 털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화합 만찬 등으로 거리가 확 좁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전 지사 건으로 대리전 양상이 나타나자 윤·한 관계가 언제 깨질 지 모를 유리알 같다는 분석이 적잖다. 화합 만찬 등으로 좁혀놓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거리가 다시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라며 "한 대표 역시 다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분이고 이재명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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