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지 않은 박삼구의 꼼수…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가나

김이현 / 2019-04-12 14:46:48
채권단 "5000억 원 지원 없다"…자구안 퇴짜
"시장 신뢰 회복 미흡…추가 자금 부담 우려"
금호, 자구안 다시 내놔야…아시아나 매각 가능성
▲ 지난달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은 박 전 회장. [뉴시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일가가 사면초가 신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회의를 거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자구계획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지난 11일 밝혔다. 사실상 퇴짜를 놓은 셈이다.

그러면서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향후 절차'에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까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수정·보완을 한 뒤 다시 자구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영 정상화 위해 5000억 지원해달라"

앞서 금호아시아나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의 핵심은 자금지원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길 테니, 채권단이 500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 이경열씨(3.1%)와 딸 박세진씨(1.7%)의 지분을 합친 4.8%다.

이와 함께 재담보도 약속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은 박 전 회장이 31.1%,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21.0%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분 중 42.7%는 이미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다. 2023년 만기인 금호타이어 장기차입 대가로 담보가 설정됐는데, 이 담보가 해제되면 다시 담보로 잡히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을 상환하는 계획을 담았다. 박 전 회장도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3년 안에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된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채권단, 단호히 거절…"실질적 방안도, 신뢰도 없다"

채권단은 단호했다.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하루 만에 거절했다. 박 전 회장 일가가 어떡하든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꼼수'를 부린다는 인식에서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때도 상표권 문제로 시간을 끌고, 매각을 백지화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게 채권단의 평가다.

아울러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 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박 회장의 자구안을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렇다면 달라진다고 기대할 부분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에 거의 30년 시간이 주어졌다"며 추가로 3년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산은과 금융당국이 박 회장의 자구안을 거부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자구안을 통해 박 회장이 '배수의 진'을 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포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아시아나항공 본사 [뉴시스]


사재출연·자산매각 규모 불투명…아시아나 매각 가능성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자구계획안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박 전 회장 일가가 사재를 털든, 우량자산을 매각하든 '현금'을 마련해 금호아시아나에 집어넣어야 채권단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금 동원력이 미미하다는 데 있다. 박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은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 자산을 팔 경우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 등의 지분과 골프장, 아시아나타운 등 부동산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핵심자산은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정도인데, 이들 자산 역시 담보가 설정돼있어 매각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금호그룹은 다음 달 6일까지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 기간 사재출연과 자산매각이 기대만큼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주식시장에서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단의 자구안 거부에도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알짜 계열사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로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2일 오전 11시 50분 현재 전날보다 4.62% 상승한 4530원에 거래되고 있다. 11일 13.05% 오른데 이어 이틀째 급등세다. 같은 시간 아시아나IDT는 전일 대비 3300원(18.79%) 오른 1만8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16.53%가 상승한 698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이나 계열 저가 항공사를 파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박 전 회장측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벼랑 끝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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