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소환 김진표 회고록 파장…尹지지율·與전대 변수되나

박지은 / 2024-06-28 16:58:12
野 총공세 "尹, '이태원 조작 사건' 발언 직접 해명해야"
대통령실, 金 비난…"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행동 했다"
한국갤럽 尹지지율 25%…회고록, 악재로 작용 가능성
한동훈 "尹, 조작 발언 안했을 것"…尹 이탈 당심 겨냥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소환해 윤석열 대통령에겐 큰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27일 공개된 회고록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을 독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의 표명을 건의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 부활절인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서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인 이철 목사 설교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의장은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을 통해 "멋대로 왜곡해 세상에 알리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또 고위관계자는 28일 언론과 통화에서 "공식 대화가 아닌 것을 가지고 회고록을 빙자해 흘리고 있다"며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김 전 의장을 맹비난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하는 등 총공세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사 후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 행보를 보면 회고록에 언급된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참사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썼다. 박 의원은 독대와 관련해 김 전 의장에게 듣고 기록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개혁신당도 거들었다.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 좌익세력 공작을 의심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화법을 이용해 윤 대통령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이번 사안은 워낙 민감한 내용이라 후폭풍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윤 대통령 발언이 '독대 자리'에서 나온 것이라 '진실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가뜩이나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은폐 의혹 등으로 고전하는 처지다. 그런 만큼 이번 논란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대 중반 안팎의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5%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보다 1%포인트(p)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2%p 상승한 66%였다. '채상병 특검'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응답자 63%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전주 대비 6%p 늘었다.

 

물론 악재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기존 대결 프레임에 포함돼 있어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김 전 국회의장을 향해 "왜곡된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장이 스스로 본인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대통령과의 대화를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보다 명확한 해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주목된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내부에서 의혹의 불길이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섭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김 의장이 왜곡했다는 것인데 대통령실이 여기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곡이라고 하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은 있었지만 김진표 의장이 달리 해석한 것이다'는 등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은 '조작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분명하게 해 주는 게 맞다"며 빠른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적잖은 당원들이 윤 대통령에 실망해 이탈할 공산이 크다"며 "이들이 7·23 전당대회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가 윤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고 나선 건 당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한 후보는 음모론에 대해 "이런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했을 거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다.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8%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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