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 가린 中조선의 추격…K-조선, 다음 사이클이 문제다

한상진 기자 / 2026-09-04 14:52:00
中조선, 수주시장 76% 장악, LNG선 수주서도 한국 추월
한국도 수주 증가, 3년치 일감·높은 선가로 슈퍼사이클 지속
호황 지나 공급과잉 나타날 다음 불황기에 저가 경쟁 우려

중국 조선업의 추격이 무섭다. 세계 선박 수주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데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당장이 걱정은 아니다. K-조선은 슈퍼사이클에 들어선 터다. 높은 선가의 일감을 3년 이상 확보했고,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장기 호황 국면이다. 그러나 호황 이후를 내다보면 중국의 추격은 가볍게 볼 수 없는 변수다

 

▲ HD현대가 건조한 초대형 LNG 운반선. [HD현대 제공]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5972만CGT로 집계됐다. 중국은 이 가운데 3802만CGT를 수주해 76%를 차지했다. 한국은 938만CGT로 점유율 16%를 기록했다.

 

향후 조선소의 일감을 보여주는 수주잔량 역시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이 1억4539만CGT(67%)로 한국의 3796만CGT(18%)를 크게 앞섰다. CGT(Compensated Gross Tonnage)는 '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선박의 크기에 건조 난이도와 작업량을 반영한 단위다. GT가 배의 크기라면, CGT는 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실질적인 일의 양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그동안 중국과 물량 경쟁을 벌이기보다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을 선별 수주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업체들이 LNG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한국이 강점을 보였던 선종까지 수주를 확대하면서 '중국은 물량, 한국은 고부가 선박'이라는 기존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선박중개업체 방케로코스타에 따르면 올해 7월 초까지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한 LNG운반선은 34척으로 한국(32척)을 처음 앞섰다. 중국 국영 조선그룹 산하 후둥중화조선과 장난조선 등이 수주 확대를 주도했다.

 

수주 증가 배경에는 한국 조선소의 도크가 상당 부분 차 있는 데다 중국 선사들의 자국 조선소 발주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조선업계도 중국의 기술력이 과거보다는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LNG선 등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에서 한국이 크게 우세했지만 중국의 기술력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중국 정부 지원과 내수 발주를 바탕으로 건조 경험을 축적하면서 고부가가치 선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수주 확대가 곧바로 한국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약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익성이 높은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하고 있다. 채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물량이 중국 조선소로 넘어가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한국은 LNG운반선 건조 경험과 안전성, 납기 준수 능력에서 선주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며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과 수소운반선, SMR 연계 전기추진선 등 차세대 선박 기술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 호황이 꺾이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과의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격차가 남아 있지만 중국이 고부가 선박의 건조 경험과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불황기에는 저가 수주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암모니아·메탄올·수소·SMR 등 차세대 선박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고 시장과 생산거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상진 기자

한상진 / 산업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