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까지 부수는 진영 갈등 최고조…'尹구속 후' 정국 어디로

장한별 기자 / 2025-01-19 14:50:14
尹구속, 헌재 심판 영향줄 듯…탄핵 찬반세력 극렬 대립
尹지지자들 서부지법 폭력 점거…구속기간 尹언행 주목
尹 "더 할 말 없다" 조사 불응…공수처, 20일 출석 재통보
용산·與, 법원 비판하며 반발…"野대표와 형평성 안맞아"
이재명 "사법부 체계 파괴 용납 안돼"…민주 "尹·與 책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구속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치적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갈린 정치권과 국민의 반목과 대립이 깊어지는 게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국론은 보수·진보의 진영 논리에 갇혀 두동강 났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지금까지 '통치행위' 논리를 앞세워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뒤에도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수처 수사에 불응하고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는 등 비협조로 일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지층을 결집해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법원은 그러나 체포적부심을 기각했고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이 어느 정도 인정됐다는 시각에서다. 법원이 공수처가 제출한 수사자료와 증거 등을 통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구치소에 수용된 상태로 헌재 심판을 받게 돼 방어권 보장도 정상적이지 않다.

 

여권이 이날 법원에 유감을 표하는 등 반발한 건 윤 대통령 구속의 부정적 파장을 인식한데 따른 반응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방법원을 폭력으로 일시 점거한 것은 초유의 일로 명백한 불법이다. 사법부조차 테러를 당할 만큼 진영 갈등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사법 절차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 윤 대통령 책임이 우선 거론된다.

 

이날 오전 3시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극도로 흥분해 법원을 습격했다.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고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다.

 

순식간에 폭도로 돌변한 시위대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마구 깨부수며 법원 내부로 진입했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소화기 등을 던지며 법원 유리창과 집기 등을 마구잡이로 부쉈다.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가 어디 있는지 찾으며 7층 집무실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가 벌어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외벽과 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뉴시스]

 

난입 10여분 뒤 경찰은 법원 내부로 들어와 지지자들을 진압했고 저항이 거세자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했다. 총 1400여명이 동원돼 오전 6시쯤 대부분 진압했다. 지지자 45명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돼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청은 "주동자는 물론 불법행위자 전원을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어의 몸이 된 윤 대통령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장 20일 동안 서울구치소에 머물며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의 기소 시점은 야당이 지난 17일 처리한 '내란 특검법'과 맞물려 주목된다. 검찰이 먼저 기소하면 같은 혐의로 특검이 조사하는 건 어려워진다. 

 

윤 대통령이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청구로 구속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에 나설지 관심이다. 윤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진영 간 대결과 정국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항전 모드를 고수했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오후 2시까지 청사로 나와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을 변호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 받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어렵다"며 "공수처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오는 20일 오전 10시로 조사 일정을 재통보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 반발에 대해선 "사법시스템 내에서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법치를 부정하는 입장문으로 대체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여권은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새벽 언론 공지를 통해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비상계엄이) 헌정 문란의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국민의힘은 형평성을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비토론'을 최대한 부채질하겠다는 전략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를 불구속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영장 발부는 이런 원칙을 무너뜨렸다.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다"며 "혐의가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돼 법적 형평성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는 데 일조한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웠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 대한 폭동, 테러는 왜 벌어졌을까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윤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에서 계속 대한민국의 헌법 시스템, 사법 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사법 체계를 파괴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우리가 겪는 이 혼란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국민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주시길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청년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소식에 놀라며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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