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계획까지 미룬 20대 A씨, 내집 마련 꿈 언제 이룰까

김이현 / 2019-05-17 11:23:07
생애 최초 주택 마련 소요시간 7년…전년比 3개월↑
수도권 내 집 마련, 한 푼 안 쓰고 7년 모아야
▲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정병혁 기자]


"집 살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서울 잠실에 사는 A(29)씨는 작년 8월 결혼했다. 절반 이상을 은행대출로 전셋집을 얻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2세 계획은 미뤘다. 한푼이라도 더 모아야 꿈을 이루는 시간이 하루라도 앞당겨질 테니까.


그러나 허리띠 졸라매고 월급을 모은다 해도 까마득한 일이다.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선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을 모아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16일 발표한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7.1년으로 조사됐다. 전년(6.8년)보다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3개월 더 늘었다.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전국 단위에서 5.5배(중앙값)로, 2017년의 5.6배보다 다소 하락했다.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 했을 때 5.5년은 모아야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 [국토부 제공]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수도권의 PIR는 6.9배로 도 지역(3.6배)에 비해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까지 포함한 평균치를 보면 이 배수는 수도권이 2017년 7.9배에서 지난해 8.6배로 대폭 상승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주택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A씨는 "부부 연봉을 합산하면 신혼부부 대출 가능 금액이 초과해 개인 전세대출로 신혼집을 마련했는데,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에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은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한 푼도 안 쓰고 7년을 모으면 시세에 맞춰 집 장만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각종 세금이나 통신비, 식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고려하면 그 두 배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년층과 노년층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청년 가구의 주택은 대부분 임차(75.9%) 형태였다.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RIR(Rent Income Ratio)은 20.1%로 일반 가구 15.5%와 비교해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의 20% 이상을 월 임대료로 낸다는 뜻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이 가구주인 고령가구의 임대료 비중은 소득의 31.9%에 달했다. 고령가구는 소득 활동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높은 편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중인 B씨(28)는 "매달 나가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고정적인 수입도 없는 처지인데 벌써부터 내 집을 마련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나오면서 사정은 좀 나아졌다. 청년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비율은 2017년 10.5%에서 지난해 9.4%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하·반지하·옥탑에 거주하는 가구 비중도 3.1%에서 2.4%로 줄었다. 신혼부부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44.7%에서 48%로 증가했다. 월세로 살고 있는 신혼부부 가구 비중은 줄고 전세 가구 비중은 늘었다.

하지만 수도권과 타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컸다. A씨는 "수도권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전셋집 계약이 끝나면 외곽 지역으로 옮겨 저축을 늘리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지방에서 자가를 구입할 수 있는 돈으로 서울에서는 전세도 구하지 못한다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자가보유율이 늘고 최저주거 미달 비율이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국민의 주거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직 일부 내집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사 기간이 작년 6∼12월이기 때문에 9·13 대책 등에 따른 수도권 집값 안정 효과가 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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