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회 초년생이고, 당장 며칠 내에 중요한 보고서를 써야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겠는가? 막막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입사 선배나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해본들 명쾌한 답변이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몇 시간씩 인터넷을 뒤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답답함을 풀어줄 만한 실무 안내서가 출간됐다. 비즈니스 라이팅계의 '일타강사'로 불리는 백승권 ㈜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CCC) 대표가 펴낸 <보고서의 법칙>(바다출판사, 336p)이 그것이다.

백승권 대표는 비즈니스 라이팅 전문강사로, 1년에 200회 넘게 대기업과 중앙부처, 공공기관 등 직장인을 대상으로 보고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백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낼 당시 대통령 보고서와 메시지를 작성하는 '청와대 브리핑' 책임 편집 업무를 맡았고, <국정 운영 백서> 집필을 총괄하기도 했다.
출간 한 달여 만에 3쇄를 찍은 <보고서의 법칙>의 저자를 만나 글쓰기, 특히 보고서 작성의 핵심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글쓰기에 부담감을 느낀다. 쉽게 글을 쓰는 방법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글을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글이 나온다. 독자가 뭘 궁금해하고, 뭘 알고 싶어 하는지 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독자가 관심 없는 글은 죽은 글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린다. 더 구체적인 방법을 말해달라
"단기간에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방법으로 신문 칼럼 요약을 추천한다. 칼럼은 원고지 10장 분량 정도로 짧지만, 글쓴이의 지식·경험·통찰 등이 농축된 고밀도의 글이다. 요약을 통해 내용을 내 것으로 체화하는 동시에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아 효율적인 훈련법이다."
-책을 보면 "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보고자와 피보고자가 모두 괴롭다"는 말이 나온다. 모두 괴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서를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모두 괴로운 것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보고자가 바뀌면 보고서 스타일도 바뀌는 것이 문제다.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쉬워진다."
-'형식과 패턴'을 강조하면 자연스레 '내용이 형식보다 중요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형식이 먼저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형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형식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용 글쓰기의 경우 내용이 부족해서 못 쓰는 경우는 없다. 반대로 내용이 너무 많아서 형식에 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쓰기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글쓰기와 의사소통,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백 대표의 지론은 무엇인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민주주의는 말과 글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즉 말과 글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말과 글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우리 사회는 말과 글로 잘 표현을 못하다 보니, 남에게 끌려다니고 의사소통이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는데, 노 대통령 시절 어떻게 '보고서 혁신'을 이룩했나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통합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보고서를 올리면 대통령의 열람시간이 뜨는데 새벽 2시를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참모로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 노 전 대통령도 보고서를 혁신해야 한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문제의식이 만나 2005년 보고서 품질개선 TF와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이 만들어졌고, 6개월 간의 작업 끝에 '보고서 작성 매뉴얼'이 완성됐다."
-지금까지도 당시 보고서 문화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는데, '보고서 작성 매뉴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보고서 매뉴얼이 '이명박근혜' 정부 지나면서 정체된 상태로 10년 간 유지됐다. 당시 틀을 만들었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발전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고서 작성 매뉴얼 2.0'을 만들어야 한다."
-작가, 강사, 대표 등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글쓰기 강의 를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것을 지켜봤다. 출발은 직장인들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글쓰기 강의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내용적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글쓰기나 말하기 등의사소통능력도 정량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무능력 평가에 의사소통 능력이 들어가게 만들고 싶다. 토익에 견줄 만한 글쓰기 공인시험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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