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다음주 초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평양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은 북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방북이 전격 취소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방북 취소 이유로 북한 소극적 태도와 중국 비협조 언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는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돕지 않고 있다고 중국측에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충분치 않고) 게다가,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무역 입장 때문에 그들(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가까운 미래에 북한에 가기를 고대하고 있다. 아마도 중국과의 무역 관계자 해결된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친밀감을 나타내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고 싶다. 곧 그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이날 발표는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스티브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을 지명한 사실과 함께 “다음주에 비건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리기까지 만 하루 사이에 미국과 북한, 중국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즉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의 이유로 공개적으로 북한의 소극적 태도와 중국의 비협조를 언급한 만큼, 북한과 중국이 내놓을 반응에 향후 정세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미 의회와 전문가들 “현명한 선택...최대 압박 캠페인 지속해야”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한 데 대해 미 의회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원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최대 압박 정책을 충실히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VOA(미국의소리)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북한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계속 위반하고 있고 평화적 비핵화 의도는 거의 없어 보인다며 폼페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권이 과정을 바꿀 때까지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의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은 정권을 조력하고 있다. 제재가 충분히 집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 ‘최대 압박’이란 용어는 ‘순진하고 부정확하다’”면서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데 무게를 뒀다.
VOA에 따르면, 미 전직 관리들도 “폼페이오 방북 취소는 ‘빈손 귀국’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진단과 함께 환영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아울러 방북 전에 진행해 온 북한과의 물밑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기를 원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방북했음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수치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역시 “북한은 현 시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많은 것을 건네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 번처럼 북한을 방문한 뒤 빈손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막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9월 ‘한반도 종전 시나리오’ 차질…향후 북한-중국 반응에 달려
방북 취소는 북한과 중국에 비핵화 압박을 고조시킨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이를 전격 취소했던 적이 있다. 그는 5월24일 김 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당신들의 발언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고려할 때 지금 회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취소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직후 북한이 “열린 마음으로 미국 쪽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자세를 누그러뜨리면서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폭탄 선언으로,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한반도 정세는 교착 상태를 맞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낙관적으로 전망해온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3차 남북정상회담,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 2차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미-중 한반도 종전선언 시나리오는 폼페이오의 성공적인 방북을 전제로 한 것인데, 그 전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의 이유로 북한의 소극적 태도와 중국의 비협조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북한과 중국이 내놓을 반응에 향후 정세가 달려 있는 셈이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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