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미숙 의원 '판결 불복'에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어찌 하오리까"

김영석 기자 / 2024-02-19 13:45:26
곽 의원, 신상발언 통해 "부적법 각하 판결로 원고패소...대표직 수행하겠다"
수원지법 제17민사부 "경기도당의 중대한 하자 의결로 곽대표 지위 부존재"
"원고의 국민의힘(중앙당), 도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상 소송은 부적법"
동료 의원들 "대표 의결 주체 아닌 중앙당·교섭단체 각하 빌미 판결 뒤집기"
도의회 국민의힘, '한지붕 두가족' 난장 매듭 못짓고 또다시 '천덕꾸러기' 전락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중 현직 도의원이 자신의 신상과 관련해 재판장의 판결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 지난 16일 열린 제373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곽미숙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김영석 기자]

 

이때문에 법원 판결로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난장판 상황을 마무리하고 제대로 된 경기도의회 야당으로서 도민의 대의 기관 역할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던 교섭단체 국민의힘이 또다시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곽미숙 의원 "부적법 각하 판결로 승소" VS 김정호 대표 "판결 뒤집기 '아전인수'"

 

농정해양위원회 소속 곽미숙(국힘·고양6) 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제373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요청, "허원, 유영두, 임상오 의원께서 제기한 국민의힘 대표의원 곽미숙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은 지난 1월 31일 부적법 각하 판결이 났다. 명백하게 승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부적법 각하 판결을 했으므로 저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 의원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고,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국민의힘 대표의원으로서의 모든 직무를 수행할 것을 모든 분들께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국민의힘 경기도당 주최의 표결을 통해 선출돼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국민의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정호 의원에 대해 "오늘부로 대표 의원의 자리에서 물러나셔야 한다"고 했다.

 

곽 의원의 신상발언은 동료 의원은 물론, 본회의를 지켜본 도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급기야 김정호 대표 의원이 대표단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의 판결문에는 '곽미숙은 피고 국민의힘 경기도당의 원내대표 및 경기도의회 교섭단체의 대표의원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본회의에서 진행된 곽미숙 의원의 신상 발언은 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임을 밝힌다"면서 "국민의힘은 법과 원칙에 따른 의정활동으로 도민들의 삶의 질 제고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 16일 김정호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곽미숙 의원의 신상발언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경기도의회 제공]

 

'대표지위 없음' 명확한 판결에도 "내가 승소" 주장에 도의회 국민의힘 '깊은 한숨'

 

수원지법 제17민사부(재판장 맹준영)는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허원, 임상오, 유영두 의원이 곽미숙 의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대표의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곽미숙 의원의 대표 지위가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은 지난해 1월 18일 당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정상화추진위원회 소속 허원, 임상오, 유영두 의원이 수원지방법원에 국민의힘(중앙당)과 국민의힘 경기도당,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를 상대로 곽미숙 의원의 대표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의원은 소장에서 "2022년 6월 7일과 13일 재선 이상 의원 15명이 간담회를 통해 곽미숙 의원을 국민의힘 당 대표의원으로 추대한 것과 관련, 60명이 넘는 초선 의원의 선거권이 박탈됐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제기 후 1년여만에 열린 이날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주문 2'를 통해 "원고(허원 의원 등)와 피고 국민의힘 경기도당 사이에, 곽미숙이 국민의힘 경기도당 광역의원총회 원내대표 및 국민의힘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대표의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주문 2'에 앞서 '주문 1'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고 국민의힘(중앙당),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 측은 이 '주문 1'의 '각하'를 근거로 자신들이 승소했다며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의 지위가 회복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곽 의원 측의 '승소' 주장은 판결문을 한번 만이라도 제대도 읽어 보면 사실이 아닌 '어거지 생떼'임을 바로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주문 1'의 이유로 "피고 국민의힘(중앙당)의 경우 지방조직 운영규정을 두고 있지만 그 규정 제18조 2항에 (경기도당) 원내대표 또는 교섭단체 대표의원 선출은 '광역의원총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했다"면서 "광역의원총회는 국민의힘 경기도당 의결기구로 봄이 타당해, 국민의힘(중앙당)이 이 사건 간담회(광역의원총회) 결의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어 (국민의힘 중앙당을 상대로 한)대표의원 지위 부존재 확인 소는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 수원지방법원 전경. [수원지법 제공]

 

또 다른 피고인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에 대해서도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를 근거로 구성돼 경기도의회와 별도로 사회활동을 하는 단체로, 당사자 능력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이 사건 간담회 결의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어 부존재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는 만큼 부적법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경기도당의 경우 "국민의힘(중앙당)과는 별도의 독립한 단체로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고, 곽미숙이 간담회 의결을 통해 국민의힘 경기도당의 원내 대표 및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므로, 지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주문 2'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쉬운 예로, 선출된 학급 반장의 자격을 논하는 데 있어 포괄적 관장 기관인 교육부나, 반장과 함께 활동하는 급우회가 반장 자격 문제를 논하는 결정적 주체가 될 수 없는 만큼, 반장을 뽑는 규정을 둔 학교를 상대로 지위를 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재판부는 '주문 1'에 대해 '기각'이 아닌 '각하' 판결을 내렸다. 기각은 소송요건은 갖추었으나 내용이 소송할 이유가 없거나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소송을 무효처리하는 것인 반면, 각하는 처음부터 소송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내용의 판단없이 재판을 종료시키는 행위이다.

 

간담회 의결의 주체인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상대로 곽미숙 의원의 대표 지위 존재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담은 판시다.

 

실제 재판부는 "(당사자인)경기도당이 곽미숙을 '합의추대' 방식으로 '대표의원'으로 선출했으나 '합의추대'는 당헌 당규 상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의원이 77명 중 35명에 이르러 전원의 의사 합치가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없어 대표의원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침해되었다고 볼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이 사건 간담회는 소속 공무원 명의로 소집통지를 하였는 데 통지된 안건에도 '상견례 등'이라고만 기재돼 적법한 소집통지가 있었다고 볼수 없고, '전원'의 참석 및 결의도 없었던 만큼 중대한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어 (선출이)무효"라며 "대표의원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대표 지위 부존재 이유를 명확히 했다.

 

▲ 경기도의회 전경.[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부의 이같은 입장은 그간 진행된 이 소송과 관련된 판결이나 결정을 보면 더욱 명확해 진다. 재판부는 이번 본안 소송의 단초가 된 '허원 의원 등의 '곽 의원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2023년 1월 3일 인용했고, 이에 반대 입장인 곽 의원 측의 이의 신청은 기각했다.

 

곽 의원은 이에 불복, 항고했으나 2023년 5월 31일 역시 기각됐고, 이번 소송의 대리인인 김민호(국힘·고양2) 의원 등 전 대표단 7명이 지난해 7월21일 제기한 상임위원회 사보임 관련 '지방의회 의결 취소 청구의 소'도 지난 15일 패소 판결했다.

 

'지방의회 의결 취소 청구의 소'는 곽 의원의 대표 직무가 정지되면서 새로 선출된 김정호 대표가 의원들을 상임위원회에 다시 배치하는 '사보임'에 대해 적법하지 않다고 제기한 것으로, 곽 의원의 '대표 지위' 문제에서 파생된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곽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주문 1'의 '각하'를 빌미로 '지위 부존재'라는 판결과 정 반대의 해석을 내세우며 자신이 대표라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동료 의원 뿐 아니라 경기도의회 사무처 직원, 본회의를 지켜본 도민 등은 곽 의원의 신상발언에 '어안이 벙벙하다'는 모습이다. 의원들은 '아전인수'나 '몽니' 차원을 넘어 '막장 생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곽 의원의 신상발언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판결문 그대로이다. 더 설명하고 말 것 없이 판결문에 나온 그대로"라고 여러차례 강조하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장 맹준영 부장판사는 "답할 게 없다, 공보 판사께 물어 보라"며 대화 중 전화를 끊었다.

 

곽 의원 측 이번 소송을 대리한 김민호 의원은 "이번 판결은 지위 박탈 당사자인 곽미숙 의원의 항소권조차 없는 불합리한 '자백간주' 판결인 만큼 곽 의원의 신상발언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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