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임혜련 / 2019-03-19 10:55:50
취임 100일 맞이한 나경원…'나 다르크'부터 '토착왜구'까지 극과 극
'청와대' 103번, '문재인' 154번 언급…대여 강경투쟁 메시지 강조
'워드클라우드' 분석…사찰(45)·청와대(103)·비핵화(90)·미세먼지(36) 언급
청와대 비위 의혹·북미회담·미세먼지 이슈화…문재인 정부 책임 부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발언해 보수진영에서는 '나 다르크'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상한가'를 쳤다. 

 

이로 인해 기분이 '업'된 탓일까? 나 원내대표는 이틀 뒤인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고 말해 다른 야당으로부터 '토착 왜구'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천당(나 다르크)과 지옥(토착 왜구)을 오간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는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이에 본지는 나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3월 12일까지 92일간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분석해 키워드를 추출했다. 이 중 '국회' '있다' 등 통상적으로 쓰이거나 무의미한 단어, '그리고' 등의 접속사를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를 분석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시각화한 결과이다. [UPI뉴스 자료사진]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간담회 등 공식 행사에서 나온 발언 자료를 웹사이트 젤리랩을 통해 분석한 결과, 나 원내대표가 강조한 단어는 월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취임 직후인 12월엔 '사찰'(45회)이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했고, 1월엔 청와대(103회), 2월엔 비핵화(90회), 3월엔 미세먼지(36회)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김태우 폭로부터 북미회담, 미세먼지까지…文정부 겨냥한 대여투쟁 집중"


우선 취임 직후부터 12월 말까지 나 원내대표의 발언(총 글자 수 3만2천218자, 낱말 1만142개)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사찰'(45회)과 '운영위'(32)였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비위첩보' 묵살 의혹을 폭로한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정조준해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비슷한 키워드인 '민간인'(30회), '김태우'(18회), '임종석'(12회) '우윤근'(11회) 등이 뒤를 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국회로 불러 운영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김 전 수사관의 첩보 문건 목록을 공개하며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불을 지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종료를 2개월 앞둔 시점에 취임한 나 원내대표가 대여공세에 시동을 건 것이다.


1월 공식 발언(총 글자 수 7만1천210자, 낱말 2만3천153개)에선 '청와대'(103회), '문재인'(77회)이 강조됐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 의원의 투기·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 등이 불거지자 나 원내대표가 발 빠르게 대응한 모양새다. 뒤이어 순위권에 오른 특검·북한(63회), 손혜원(60회), 사찰(43회), 청문회(41회) 등의 단어도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려는 맥락으로 읽힌다.


2월엔 2.27 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비핵화만 90여회 언급했다. 2월 발언(총 글자수 4만6천563자, 낱말 1만6천610개)을 분석한 결과 비핵화(90회)에 이어 '문재인'은 77회, '북한·안보'는 73회 등장한다. 종전선언(38회), 미국(35회), 북미회담(30회)이 30회 이상 등장한 점도 북미회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그는 당내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회의를 두 차례 열고, 자체 방미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견제했다.

 

▲ 나경원 원내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많이 사용한 단어들

김경수 법정구속 고리로 공세 강화…'5.18' 언급은 13회에 그쳐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을 고리로 투쟁을 이어갔다. 2월 발언에는 블랙리스트(49회), 청와대(48회), 김경수(41회)와 악정(39회), 환경부(31회)가 30회 이상 언급됐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그는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이어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문재인판 초대형 블랙리스트'라며 검찰총장실을 점거해 수사를 촉구했고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겨냥해 '총선용 예타면제 쇼',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지속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5.18 망언과 관련, 나 원내대표의 '5.18' 언급은 13회에 그쳤다. 

 

3월 나 원내대표의 발언(총 글자수 2만3천920자 낱말 8천600개)에선 미세먼지(36회)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나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 긴급 회동을 제안하고,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초국가적 대처를 요구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당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한 '탈원전'도 20번 등장한다. 

 

이는 국민적 관심이 큰 이슈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미세먼지 30% 감축을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공약과 탈원전 정책을 반복해 지적함으로써 미세먼지 발생 책임을 현 정부에 전가했다. 두 달 동안 끌어오던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에 이어 미세먼지를 새로운 대여공세의 촉매제로 삼은 모양새다.  

 

이밖에 여성(32회), 문재인(28회), 북한(22회), 비핵화(19회), 패스트트랙(17회) 특검(11회) 등이 10회 이상 언급됐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원 기자]


"우경화 지적도…대안정당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해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다.

 
이날 연설문에서만 좌파는 11회, 전체주의, 종북은 각각 3회 등장했다.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 '운동권 외교' '문세먼지' 등의 표현이 동원되며 막말 논란도 불거졌다.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한국당이 지나치게 정쟁용 발언에만 치중한다며 '의도적 우경화' 지적까지 제기된다. 

 

취임 100일을 맞이한 그가 제1야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 '비판을 위한 비판'을 넘어 대안정당의 면모를 부각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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