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바로잡는 노력은 배신 아닌 용기"…洪에 반격
정치적 독자 노선 모색…김경율 "당대표 출마 안할 것"
洪 "대통령 흔들기 반대" 韓 또 저격…오세훈도 몸풀기
4·10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에서 차기 대권 경쟁을 둘러싼 신경전이 불붙는 조짐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주도권 싸움의 성격이 다분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먼저 링 위에 올라 판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보수 진영 내 차기 지도자 지지율 1위였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확전을 유도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까지 직접 대응을 피해왔다. '친한계'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홍 시장을 '개'로 빗대 한차례 반격했을 뿐이다. 그러다 홍 시장의 '배신론'에 발끈해 지난 20일 '용기론'을 내세우며 응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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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사진 왼쪽부터)과 윤석열 대통령, 홍준표 대구시장. [KPI 뉴스] |
두 사람 전략은 대조적이다.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2일 "홍 시장은 매사 윤 대통령을 적극 두둔하며 밀월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반면 한 전 위원장은 거리를 두며 차별화를 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홍 시장과 배석자 없이 만나 4시간 가량 만찬을 함께했다고 한다. 지난 19일에는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동훈 비대위' 소속 인사들에게 22일 오찬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난 금요일(19일) 오후 월요일(22일) 오찬이 가능한지를 묻는 대통령 비서실장 연락을 받고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아무리 한 전 위원장이 백수 상태이지만 금요일 전화해 월요일 오찬하자는 부분은 이해가 안 된다"며 "(대통령이) 직접 연락하면 되실 텐데 비서실장, 원내대표, 이렇게 두 다리를 건너 하는 것도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행보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만남 제안을 거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총선 기간 여러 현안을 놓고 윤 대통령과 충돌해 당정갈등을 빚을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회동 거절로 두 사람의 냉랭한 관계가 다시 불거진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선거 내내 그렇게 썩 유기적인 (당정) 관계는 아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20일 '국민'을 강조한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도 정치적 마이웨이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적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곁들였다.
최근 "윤 대통령도 배신했다" 취지로 자신을 비판한 홍 시장을 저격한 것이다. 총선 과정에서 대통령실을 압박할 때 동원했던 '국민'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한 전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등 민감한 사안에서 '국민 눈높이'를 들어 대통령실을 압박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이게 배신인가"라고 반문했다.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용산과 거리두기를 하며 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차기 전당대회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김 전 위원은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간상으로 본다면 한 1년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내다봤다. 김용태 당선인(경기 포천·가평)도 YTN 라디오에서 "아마 전대는 좀 지켜보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도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하고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선거 지면 그것은 다 내가 못난 탓이고 당 지도부가 무능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선 패배를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 임기 3년이나 남은 대통령이 어떻게 정국 운영을 해 나가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을 흔드는 건 반대한다"며 "대선이 아직 3년이나 남았고 지금은 윤(석열)정부에 협조하고 바른 조언을 해야 나라가 안정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정진석 의원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하자 환영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홍 시장은 특히 윤 대통령과 만난 다음 날인 17일 페이스북에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시장이 차기 전대를 앞두고 친윤계 입맛에 맞는 '당심 100%'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당내 지지세가 약한 한 전 위원장이 당권 도전에 나서는 걸 차단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을 서울 동·북부 지역 낙선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날 서울 서·남부 지역 낙선자를 만났고 23일에는 서울 지역 당선자들과 만찬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 대통령 임기는 3년 남았다. 여소야대라도 대통령 권력이 막강한 상황이다. 차기 경쟁은 '윤심'이 중요 변수다. 그러나 민심은 더 중요하다. 누구 전략이 적중할 지 관심이 쏠린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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