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국정 동력 약화 등 우려해 정면돌파서 후퇴
지선때 1억 수수 강선우 의혹 불거져…당 진상조사 착수
연속 악재, 권력투쟁발?…원내대표·최고위원 선거 주목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3선·서울 동작갑)이 30일 원내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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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김 의원은 △대한항공 제공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부인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해결 등 갖은 의혹과 논란에 휘말려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200일 만에 거취를 정리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김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직을 유지한 채 사과를 통해 정면돌파한다는 기류가 강했으나 하루 만에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악화와 국정 동력 약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사퇴 불가피'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이 중도 하차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에겐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난 격이다. 당장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입법 추진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여당과의 소통도 당분간 원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6·13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하자 "'이심'(이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는 청와대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과 친밀한 관계다. 그런 만큼 당내 인사 누구보다 청와대 소식에 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강경 일변도인 정청래 대표와 달리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어서 '통합·실용'의 국정 기조를 강조한 이 대통령과 주파수를 잘 맞춰 왔다는 게 중론이다. 사안에 따라선 김 의원이 원내사령탑으로 정 대표를 적절히 견제해온 측면이 적잖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로선 김 의원이 긴요한 도우미 역할을 했던 셈이다.
문제는 김 의원 퇴장이 사태 수습의 마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다른 의혹이 불거져 여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잇단 악재가 국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 관련 의혹은 내용상 더 고약한 사안이다. 불법 자금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강 의원 측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시 후보였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MBC가 전날 보도했다.
MBC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 의원은 김 시의원이 준 1억원을 지역 보좌관이 받아 보관한 문제를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과 상의했다고 한다. 당시 김 의원은 금품 수수가 법적 책임은 물론 공관위와 당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 의원에게 말했고 강 의원은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고 MBC는 전했다.
김 시의원은 강 의원의 지역구(강서구)에서 출마를 준비했고, 김 시의원은 단수 공천됐다.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은 각각 페이스북과 입장문을 통해 "돈 받은 사실이 없다",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사안의 엄중섬을 감안해 당 윤리감찰단에 강 의원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특검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김 시의원이 공천받아 당선된 것과 관련해 "공천 취소부터 했었어야 되는데 그런(공천한) 것이고 그래서 저는 민주당 공천 특검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공천을 앞두고 1억 원이 오간 정황이 녹취로 확인됐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공천은 강행됐다"며 "민주당은 침묵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분명한 해명과 명확한 진상 규명, 상응하는 조치를 국민 앞에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에서 악재가 꼬리를 무는 건 '권력투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단적으로 김병기 의원 의혹이 '제보' 형식을 통해 진보 매체에서 먼저 보도된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김 의원과 '정적'인 인사 쪽에서 일부러 흘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당권 향배를 좌우할 중요 선거를 계속 치르게 됐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내년 1월 1일 실시된다. 후임자는 당헌상 김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내년 6월 초순까지)인 약 5개월간 원내 지휘봉을 잡는다. 박정·백혜련·한병도 의원, 조승래 사무총장, 이언주 최고위원 등 주로 3선이 도전자로 거론된다.
원내대표 선거와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도 치러진다. '명청(이재명·정청래)전쟁'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내년 8월엔 당 대표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재명 정권이 점점 권력 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흐름이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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