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마이웨이 尹…한동훈의 차별화, 이번에도 용두사미?

박지은 / 2024-08-28 16:11:55
尹, 韓과 만찬 추석 이후로 연기…의대 증원 갈등 작용
韓 "당, 민심 전해야" 1년 유예 확인…용산 "유예시 혼란"
나경원 "책임자들 물러나야"…친한계 "달나라 상황 인식"
尹, 29일 증원 불변 메시지 예상…韓 후퇴시 리더십 상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30일 만찬 회동이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대통령실은 28일 민생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에 대한 불쾌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대표는 반년 넘은 의정갈등에 대한 당 차원의 해법을 내놨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방안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 언론사 행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와 대통령실은 퇴짜를 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 공백 심화와 국민 불안 확산에도 마이웨이를 고수 중이다. 그런 만큼 '중재자'를 자처한 한 대표가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다. 만찬 연기는 불만 표시로 읽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 먹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민생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방안을 한덕수 국무총리 등에게 제안했다.  총리는 이틀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 제안을 검토했지만 어렵다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이 되면 현원 3000명의 수업 미비에 따른 증원분까지 합해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했다"고 제안 취지를 강조했다. 1년 유예 대안 제시를 공식화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이날 기존 입장 재확인으로 응수했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026학년도 정원은 지난 4월 말 공표됐다. 유예하면 불확실성에 따라서 입시 현장에서도 굉장히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에선 정부과 정부를 향한 날선 목소리가 잇달았다. 나경원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의정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의원은 "(장·차관 교체로) 새로운 협상자가 온다면 저는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숫자에 매몰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응급실 비상 상황이 심화하는데도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며 "거의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의정갈등이 당정갈등으로 번지면서 한 대표는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민감한 현안에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차별화 행보를 보여왔다.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제안한 것은 신호탄이었다. 8·15 광복절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반대한 건 비근한 예다.

 

그럴 때마다 용산은 발끈했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의식해 한 대표는 발언 수위를 조절했고 차별화 시도는 매번 소득 없이 끝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별화를 위해선 결기가 필요한데 한 대표에겐 다소 부족하다"며 "한 대표가 지나치게 용산을 의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아예 반기의 싹을 잘라버리려고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도 차별화가 용두사미로 그친다면 한 대표는 정치력과 리더십에 큰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적잖다. 의료 공백 문제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현실화하면 집권 여당 대표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한 대표는 증원 유예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교육과 의료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 브리핑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데, 같은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충돌하면 당정관계가 악화하고 계파 갈등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친한계 일각에선 내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여야 대표 회담 의제로 의정갈등을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친윤계쪽에선 '적전 분열'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형국이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날 한 대표 대안에 힘을 실어 배경이 주목된다. 의정갈등에 대한 정부 책임을 부각하며 여권 균열을 부채질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가 (증원을) 유예하자 (제안했다)"며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 개혁신당에선 허은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허 대표는 페이스북에 만찬 연기와 관련해 "삐지면 함께 밥도 먹기 싫다는 대통령"이라며 "시진핑의 용산 재림이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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