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로 신화를 창조한 스마일게이트(회장 권혁빈)의 블록버스터 MMORPG(대규모사용자접속역할수행게임) 신작 ‘로스트아크’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7년간 무려 1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로스트아크는 오픈전부터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으며 흥행을 예고했지만, 뚜껑을 열자 기대 이상의 반향을 불러모으며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오픈한 로스트아크는 서비스 한 달을 넘긴 현재 게임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모으며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서비스 첫날 동시접속자 수가 25만명을 돌파해 열풍을 일으켰으며 이후에도 30만~40만명대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흥행의 대표적인 잣대로 활용되는 PC방 인기순위에서도 로스트아크는 점유율 12%대를 넘나들며 3위에 올랐다.
게임트릭스 PC방 인기순위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로스트아크의 PC방 점유율은 11.41%로 부동의 1위 리그오브레전드(30.18%)와 배틀그라운드(17.61%)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로스트아크의 인기 여파로 부동의 톱2인 리그오브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의 점유율도 적잖이 하락했다. 게다가 피시방 점유율 톱 10게임 중 정통 MMORPG는 로스트아크가 유일하다.
LOL-배그와 ‘빅3’ 형성
이렇듯 로스트아크의 위세는 대단하지만, 아직은 국내용에 불과할 뿐이다. 로스트아크가 진정한 대박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최근 몇 년 새 출시된 온라인게임 중 로스트아크에 앞서 대박을 터트린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 역시 해외 흥행이 대박의 밑거름이 됐다.
일단 예상은 긍정적이다. 로스트아크가 전 세계 유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거대시장 중국 유저들은 이미 한국 로스트아크 서버에 대거 접속, 장애를 일으킬 정도다. MMORPG 텃밭 북미 유럽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서비스를 하지 않는 데도 ‘디아블로의 한국판’이라고 호들갑이다. 광역 스킬로 일정 권역 내 몬스터들을 싹쓸이하는 이른바 ‘핵앤슬래쉬’ 장르 특성으로 북미 유럽에서 충분히 먹힐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핵앤슬래쉬 장르의 대표작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시리즈 다음 신작이 PC 온라인이 아니라 모바일 버전이라는 점도 로스트아크에는 희소식이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정평이 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와의 정면승부를 피할 수 있는 데다가 잠재적인 디아블로 팬덤까지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지 디아블로 팬들은 로스트아크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PC 온라인 플랫폼 르네상스 견인
로스트아크의 흥행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모바일게임에 밀려 침체기를 맞았던 PC게임시장이 로스트아크의 흥행에 힘입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C 온라인 플랫폼의 르네상스의 견인차인 셈이다. 로스트아크는 강력한 맨파워와 자본력을 갖춘 스마일게이트가 7년 이상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기에 흥행한 것이라고 평가도 있지만, 국내 PC 온라인 시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국내 게임 시장의 주류 플랫폼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7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2015년 대비 12% 줄어든 4조6464억원이다. 모바일게임에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 두 플랫폼간의 성장률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산국제게임쇼 지스타 기간에 치러진 2018대한민국게임대상 11개 후보작 중 PC 온라인게임은 단 한 편도 없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로스트아크의 흥행은 또 대한민국의 블록버스터급 온라인게임의 국제경쟁력이 아직 충분히 살아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온라인게임이 물밀 듯이 쏟아지며 한국을 따라잡았다는 게 시장의 정설이었지만, 북미 유럽시장을 석권한 게임은 없다. 반면 대한민국은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로스트아크까지 세계적인 흥행을 예고하며 하이엔드 PC 온라인게임 부문에선 아직 중국과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며 세계 최고 수준임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
엔씨-넥슨, 대작게임 줄줄이 오픈
로스트아크 흥행 이후 PC게임에 대한 국내 게임업체들의 기대감이 덩달아 상승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엔 “이제 모바일이 대세다. PC 온라인게임은 이제 더 이상 대박을 치기 힘들다”는 말이 정설처럼 회자돼 왔다. 써니사이드업 김형민 대표는 “로스트아크는 아직도 PC 온라인게임 연구를 계속해야 할 명분을 제공했다”면서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PC 온라인게임 역시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어 잘 만들면 얼마든지 대박을 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로 흥행 가도를 닦아놓자 메이저 온라인게임 개발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동참을 선언했다. 넥슨은 PC 온라인 MMORPG인 ‘아스텔리아’를 13일 출시했고 엔씨소프트는 1세대 MMORPG인 리니지 리마스터 버전을 29일 공개한다. 두 회사는 모바일게임 부문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모처럼 PC 온라인게임을 신작으로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로스트아크로 시작된 블록버스터 MMORPG 바람이 국내 게임시장의 트렌드마저 바꾸고 있는 형국이다.
KPI뉴스 / 최은영 객원기자 dialee0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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