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함께 돈 尹·韓, 갈등 봉합?…'명품백'은 시한폭탄

장한별 기자 / 2024-01-23 16:15:12
尹, 정면충돌 이틀 만에 韓 만나 어깨 툭치며 친근감
한파속 15분 기다린 韓, 尹에 90도 가까이 고개숙여
韓, 尹과 열차타고 상경…"깊은 존중·신뢰 변함 없어"
명품백 의혹 대응 시각차 여전…당정갈등 불씨 남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으나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사무처를 방문하려 했으나 화재 현장을 찾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화재 현장에 왔고 대기하던 한 위원장과 만났다. 한 위원장은 현장에 먼저 도착해 약 15분 동안 시장 어귀에 서서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남색 패딩 점퍼 차림의 윤 대통령은 도착 직후 당 관계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한 위원장을 알아본 윤 대통령은 악수한 뒤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했다.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에 가깝게 숙여 윤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두 사람은 이어 지역 소방본부장으로부터 화재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뒤 서천시장 입구 앞에 나란히 서서 불에 탄 내부를 둘러보고 각자 다른 차량을 타고 떠났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익산역에서 다시 만나 함께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행'으로 당정갈등 사태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역으로 귀경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고 길게 나눴다"며 "저는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나 저나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이나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 4월 10일에 국민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여권은 이날 대충돌의 확전을 피하고 혼란 수습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전날만 해도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돌았다. 한 위원장은 "내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곧이어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한 위원장이 '마이웨이'를 선언하자 윤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정면 충돌로 내홍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는 분위기였다.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윤 비대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나경원·김기현 퇴진' 선례를 보면 친윤계 의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한 위원장을 저격하는 상황이 예상됐다. 하지만 사퇴 공세에 나선 친윤계는 거의 없었다.     

 

대신 이날 국민의힘에선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갈등을 봉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소통과정에서 조금씩 오해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해는 금방 풀리고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또 봉합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예전과 다르게 신중한 것은 무엇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70여일 남은 시점에 한 위원장이 물러나면 필패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도 큰 타격이다. "공멸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전을 막는 셈이다.

 

한 위원장이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데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찍어낼 때처럼 친윤계가 '연판장'을 돌리거나 의원총회에서 퇴진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한 위원장을 옹호하는 당내 세력도 불어나는 흐름이다. 이른바 '친한계'의 등장이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의원, 당협위원장들이 '위기론'을 들어 한 위원장을 지원하고 있다. 유경준, 안철수 의원, 김종혁 조직부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尹·韓 갈등'이 봉합이 되더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한폭탄'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출마자들은 김 여사가 명품백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위원장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가방에 대해서는 진정 어린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상민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위를 소상히 밝히는 해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 사퇴 요구를 했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이관섭 비서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피해자인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지지한 것도 절차상 문제가 명확하다는 시각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에게 격한 반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한 위원장 대응에 따라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복원되느냐, 악화되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김 비대위원 거취도 변수다. 김 위원은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데 대해 사과했으나 거취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그가 지도부에 있는 한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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