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런 얘기 왜…실제론 사과 어려운 사정 강조 취지"
'韓 배신자 프레임' 부각 위해 용산·친윤계 작업 의혹
원희룡·나경원, 韓 협공…천하람 "金 여사의 전대 개입"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김건희 문자'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당대표 경선에 최대 변수가 생긴 것이다.
지금까진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단단했다. 경쟁자들이 한 후보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으며 판세를 뒤집으려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건희 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배신자 프레임'이 먹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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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윤 대통령 뒷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당대표 후보. [뉴시스] |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지난 4일 CBS라디오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받던 김건희 여사가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인 한 후보에게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지만 '읽씹'(읽고 씹었다)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격노'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 후보는 배신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대세론'을 굳히려는데 되레 위기가 닥친 셈이다.
한 후보는 5일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다.
그는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 내용 여부에 대해 "재구성했다고 하지 않나. 내용이 좀 다르다"고 반박했다.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한 후보 측은 문자 공개 배경에 대해 친윤계와 용산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주류 세력이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부각하려고 작업을 벌였다는 판단이다.
친한계 한 재선 의원은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들을 누군가 통째로 받아 김규완 실장에게 그대로 줬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한동훈 찍어내기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전대처럼 특정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해 친윤계가 조직적 작업에 들어갔다"는 시각이다.
당사자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 후보는 "지금 당 화합을 이끌어야 하고 그런 당대표가 되고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이날 오후 KBS 사사건건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김 여사가) 사과하기 어려운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선 "제가 쓴 문자가 아니라 더 상세하게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만 했다.
원희룡·나경원 후보는 호재를 만난 듯 한 후보를 협공하며 총선 참패 책임론을 부각했다.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인식으로 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보나마나"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라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원과 국민,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 안팎에선 한 후보 비토 조짐이 엿보인다. 김 실장과 함께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웅 전 의원은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씹었다면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며 "대통령 측에서 왜 배신자 얘기가 나오는 지 설명이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출신인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대통령실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천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한 위원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재구성돼 공개됐다"며 "이걸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는 김건희 여사가 했다고 생각한다"며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사실에 부합한 내용이다'고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천 원내대표는 "지난해 3·8 전대 때 대통령 측 개입은 순한맛이었다면 이번 7·23 전대 개입은 매운맛"이라고 비꼬았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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