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중도층 공감하면 지지세력 넓힐 수 있는 묘수" 해석
국힘, '배신자' 성토·강경 대응…추경호 대구시장 출마 도마에
이준석 "이혜훈 지명, 李 파격적 확장 정책…배신자론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을 했다. 현직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는 2022년 5월 이후 1330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흰색, 빨간색, 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첫날 집무를 시작했다. 이 넥타이는 '통합'을 상징하는 것으로, 6월 4일 취임 선서식을 비롯해 중요한 자리마다 착용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본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참모진을 향해 "왜 나와 있어요. 아, 이사 기념으로"라고 묻기도 했다. 여유가 넘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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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오전 참모진과 함께 청와대 집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첫 출근을 했다. [뉴시스] |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4일과 26일 전국 유권자 2009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지지율)는 52.2%로 나타났다. 앞서 이달 첫째주~셋째주 조사에선 각각 54.9%, 54.3%, 53.4%를 기록했다.
다른 기관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50%대 중반가량을 보여왔다. 취임 6개월이 넘도록 40%대로 주저앉은 적이 없다. 지난 대선 득표율(49.42%)보다 5%p 안팎을 꾸준히 앞서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비친다. 진영 논리와 이념보다는 통합과 실용을 국정 기조로 중시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전날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서울 서초갑)을 지낸 보수 중진이다. 대통령실은 "통합과 실용 인선"이라고 설명했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수층을 끌어안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외연확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파격으로, 보수·중도층이 공감하면 지지세력을 넓힐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권에서 읽힌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수차 내왔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인사"라는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이틀째 이어졌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합리적 보수와의 통합에는 동의하지만 '윤 어게인'을 외쳤던 인사까지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는지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로 국회 청문회를 지켜보며 이 후보자 입장을 들어봐야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강성 지지층에서 이 후보자 '전력'을 문제삼아 비토론이 확산될 조짐은 커 보이지 않는다. 최민희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혜훈이 추경호는 아니지 않나. 내란 주동자는 아니다"라고 엄호했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충분히 소명해야 하고 (내란 세력에 대한) 단절의 의사를 표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발표 직전까지도 지명 사실을 몰라 허를 찔린 국민의힘은 여전히 격앙된 분위기다. 전날 이 후보자를 당에서 제명한 데 이어 이날도 "배신자"라고 집중 성토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남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치와 철학을 버리고 동지들까지 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당성이 부족하거나 해당 행위를 하는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당원 마음에 상처주는 인사들에 대해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에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을 데려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조차 돌고 있다"고 전했다. 후보군으로 6선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거론됐다. 조 의원은 언론을 통해 "제안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선 지도부가 즉각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그림에 맞춰 판을 깔아준 결과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여권에서 이번 인사에 부정적인 강경파 입지를 좁혀 내홍을 부추길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비판도 들린다.
이런 와중에 추경호 의원이 내년 대구시장 출마를 처음으로 공식 선언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추 의원은 계엄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맡아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여권이 '내란 주동자'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구는 옛 친윤계 지지세가 강한 텃밭"이라며 "달성군에서 3선을 한 추 의원이 나서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추 의원 출마는 여권에겐 내란 공세의 빌미를 주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전체 구도에는 손해"라고 꼬집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다"라며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거국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인데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위기감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짚었다. 그는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응답률은 4.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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