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尹·韓관계…김여사 리스크에 계파갈등·공멸위기 확산

박지은 / 2024-10-22 11:28:53
尹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마이웨이' 의지 천명
한동훈 면담 후 추경호와 만찬…친한계 "韓 모욕" 격앙
尹, 金여사 특검법에 "與의원, 野입장 취하면 도리없다"
韓, 대통령실 '한남동라인 8명' 거명하며 인적쇄신 건의
오전 일정 취소…박정훈 "철벽 느낀 韓, 승부수 던질 것"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21일 만나 81분 간 대화했으나 빈손으로 헤어졌다. 메꿀 수 없는 인식차를 확인한 결과였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 해결이 최대 현안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민심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국민의힘은 위기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리스크를 일축하는 입장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두 사람이 쭉 평행선을 달리면 최악의 당정충돌은 불가피하다. 계파갈등 끝에 결별, 분당, 공멸 등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찾아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할 것"이라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마이웨이'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난 뒤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이 이날 알려져 계파갈등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한 대표를 욕보인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이 친윤계 수장이냐" "계파정치를 노골화한 것"이라는 비판과 불만도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찬은 국회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했다. 그 이후에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이 있어서 여러 (다른) 분들이 하고 있는 자리에 제가 잠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상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는 만찬 배석자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대놓고 '홀대'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한 대표가 수차 요청한 '독대'를 거부했다. 대신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면담을 마지 못해 허락했다. 자리 배치도 뒷말을 낳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직사각형 형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고 정 실장이 한 대표 왼쪽에 자리했다.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마치 무슨 교장 선생님이 학생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며 "상당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면담 형식은 물론 '시간'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후 4시30분에 보자는 건 만찬 전에 끝내라는 주문"이라는 게 중평이다. 그나마 그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오후 4시 54분 면담 장소에 나타났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바깥에서 20여 분 기다렸다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며 "한 대표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빈손 면담' 후 곧장 귀가했다. 그런데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호출로 저녁을 함께한 것이다. 한 대표로선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전날과 달리 이날 윤 대통령의 면담 발언 내용을 언론에 적극 알렸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법 공세와 관련해 "무모하고 위헌적 특검법을 우리 당 의원들이 막아준 것은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 잘 막아왔는데 만약 당 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한 우려를 표시한데 대한 윤 대통령의 답이었다.

 

한 대표는 "여당 의원 수십 명을 만나 특검법 반대를 설득해 막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고 친한계 인사가 설명했다.

 

한 대표는 또 대통령실 내부의 김 여사 관련 인맥을 쇄신해달라고 건의했다. 속칭 '한남동 7인회'로 불리는 비서관·행정관 7명에다 A선임행정관 1명을 추가 거론했다고 한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언론에서 7명, 10명이라고 하는데 10명 가까이 이름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분들이 왜 문제인지도 설명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응수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김 여사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선 "이미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의욕도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꼭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대외활동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여사의 의혹 규명 협조 요구에 대해선 "이미 검찰 조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을 때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느냐"며 장모가 감옥에 간 사실을 언급했다. 


명태균 씨와 관련해서는 "대선 전 명씨가 만나자마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며 "이후 중간에 명씨와 단절한 것도 사실이고 집사람(김여사)은 나와 달리 명씨를 달래가는 노력을 기울였던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따를 문제"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연금 개혁 관련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빈손 면담'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정훈 의원은 "한 대표가 숙고에 들어갔다"며 "철벽을 느낀 한 대표가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승부사 기질은 대통령도 있고 한 대표도 있다"며 '제3자 추천'을 통한 김 여사 특검법 수용을 해법으로 꼽았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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