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누 끼쳐" 직접 사과…합당 계획도 불똥
불신 커져 시너지 효과 불명…철회시 리더십 타격
13일 의총 입장 정리…속도조절 출구전략 불가피
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민주당 추천 2차 종합특검 후보(전준철 변호사) 문제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추천 후보를 2차 특검에 임명했다.
전 변호사는 2023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추천에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배신', '반란' 등 극한 표현으로 정청래 대표를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께 누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인사 검증 실패와 관련해 전날 대변인을 통해 '간접' 사과했는데, 공개 석상에서 직접 고개를 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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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그는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도 원내 지도부를 물고 들어갔다. 정 대표는 "원내 지도부가 좋은 사람을 낙점하고 추천하는 방식이었는데 빈틈이 좀 많이 있었던 것 같다"며 시스템 정비를 예고했다.
앞서 전 변호사를 추천한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도 "소통이 부족했음을 느낀다"며 몸을 낮췄다.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전 변호사가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인이 아니었다"며 "그런 변호사를 추천해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대표 측은 진화를 꾀했으나 친명계는 여전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전 변호사 추천은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와 다름없다는 게 당원과 지지자들의 시각"이라고 직격했다. 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반대를 재확인했다. 그는 "상당수 당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싫다는 결혼에 강제로 당사자들을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도 전 변호사 추천과 합당 추진을 성토하며 공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오는 13일까지 민주당 입장을 정리하라는 조국당 조국 대표 요구에 대해 "정치적 금도를 한참 넘었다"고 발끈했다. 황 최고위원은 회의 후 이성윤 최고위원을 향해 "전준철의 대변인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건태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이 대통령도 굉장히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등 가까운 분들이 폐쇄적 논의를 해서 결정해버린 게 아닌가"라며 "이 최고위원이 인정했으니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압박했다.
장외에선 '빅 스피커' 김어준 씨가 전 변호사를 감싸 주목됐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김 씨 유튜브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 변호사를 가장 싫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씨는 "전준철이 (특검을) 했어야 하네"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돌출 악재를 만나 수세에 몰리면서 리더십 위기에 다시 직면한 형국이다. 합당 스케줄도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친명계는 합당을 정 대표의 연임용 포석으로 여긴다. 지방선거 승리가 아니라 당권 강화가 목적이라는 인식이다. 정 대표가 주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에 친명계가 어깃장을 놓으며 차차기 전당대회 적용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한번의 실패를 딛고 끝내 관철했다. 합당도 같은 코스를 밟으려 하고 있다. "자기 정치를 위한 독단" 등 거센 반발에도 고집스레 마이웨이를 고수 중이다. 그런 만큼 친명·친청 계파 간 불신과 반목이 쌓여 합당 '가성비'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 사이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합당을 하더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특검 추천 사태가 정 대표 '사익'을 부각하려는 친명계의 기세를 살려준 격이다. 정 대표가 합당을 밀어붙일수록 친명계의 '배신·반역' 프레임 공세는 격화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승부수를 스스로 철회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지도력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친명계는 1인 1표제 통과에 대해 "가결정족수를 겨우 16표 넘겼다"며 리더십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합당을 해도, 안 해도 뒤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 대표가 합당 카드를 꺼내 든 것이 결국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공식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정청래 지도부가 전담 기구를 만들어 합당 논의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총 결과를 명분으로 '출구 전략'을 선택하는 시나리오다.
박용진 전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의총에서 모인 의견을 갖고 다음 절차로 가겠다는 건 (정 대표도 합당을) 조금 어렵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정 대표가 전 당원 투표를 끝까지 고집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합당 반대파와 전면전, 국정 부담 증가 등 걸림돌이 많아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친명계 최고위원 3명에다 중립 성향인 한병도 원내대표도 찬성하지 않아 제안이 불발됐다는 후문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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