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해 넘기는 국힘…"윤어게인, 자멸 무덤 파고 있다"

장한별 기자 / 2025-12-31 15:32:19
장동혁·한동훈, 계엄 후 줄곧 대립…'당게 사태'로 정면충돌
韓 "동명이인 글도 내 글로 조작, 법적조치"…친한계 "공작"
당권파 "韓과 같이가기 어렵다"…張, MB예방 등 보수 결집
윤리위 韓 징계·당원투표 70% 상향 여부, 지방선거 분수령

국민의힘 주류, 비주류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당무감사위가 지난 30일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 전 대표 책임을 공식 확인하며 조사 결과를 윤리위에 넘긴 건 선전포고다. 이호선 당무감사 위원장은 '윤어게인' 인사로 지목된다. 장 대표와 한통속인 셈이다. 한 전 대표는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왼쪽)가 당 최고위원 시절인 지난해 8월29일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한동훈 당시 대표와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12·3 계엄 후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찬성 진영이 사사건건 대립하며 반목했다. 8·26 전당대회를 통해 장 대표 등 반탄파가 당권을 장악하며 계파갈등은 깊어졌다. 

 

찬탄파는 '미래'를 위해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고 쇄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동혁 지도부와 반탄파는 강성 지지층에 편승하며 극우 노선으로 치달았다. 비주류 압박은 그 일환이었고 이젠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제1야당이 '집안싸움'에 골몰하다 해를 넘기는 꼴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 역할도, 수권 정당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31일 통화에서 "계파들이 화합하고 뭉쳐 거대 여당과 맞서도 모자랄 판에 윤어게인 세력들이 당게 문제로 한 전 대표를 내쫓으려 한다면 자멸의 무덤을 파는 격"이라고 질타했다. 장 소장은 "안 그래도 비관적인 6·3 지방선거의 패색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에게 기대감을 못 주는 국민의힘 앞날이 깜깜하다"고 진단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SBS라디오에서 "제 가족들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걸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며 일부 내용을 시인했다.

 

당무감사위는 보도자료에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칼럼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며 사과에는 선을 그었다. 나아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가입한 사실조차 없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적으로 수위가 높은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가족인 '진ㅇㅇ 게시물' 등으로 조작했다"며 "이호선 씨와 가담자들, 그 배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에도 "민형사상 법적조치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권파를 직격하며 보조를 맞췄다. 박정하 의원은 "제1야당이라는 공당의 당무감사 결과가 엉터리일 줄은 미처 몰랐다"고 개탄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박상수 전 대변인은 각각 "장 대표가 공작정치 책임져야 한다", "음모론에 빠지던 자들이 날조한 내용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당권파는 한 전 대표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맞받아쳤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한 전 대표가 책임없는 행동을 한 것만으로도 같이 가기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강명구 조직부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사과할 게 있으면 빨리 사과하고 털고 가라"고 촉구했다.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주류 측을 먼저 비판했다. 김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당원게시판 사태를 확인하겠다고 한 것은 '한 전 대표를 한 번 망신 주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를 향해서도 "법적 조치 등을 중언부언 말하는 태도는 낯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번 당무감사위 조치는 타이밍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의 도덕적 흠집을 부각시킬 호재가 터졌는데, 당권파가 내분을 자초했다는 시각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갑질·특혜 논란과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한 전 대표 징계 문제가 윤리위로 넘어감에 따라 향후 상황은 지도부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석인 윤리위원장이 임명되면 징계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장 대표는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전 대표와의 '화해' 여부에 대해 "형식적 외연 확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징계한다면 계파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질 공산이 크다. 그런 만큼 지방선거 승산은 희박해진다.

 

게다가 장 대표 행보를 보면 중도층 공략을 위한 외연 확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줄곧 '당성(黨性)'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속을 위한 일정을 중시하고 있어서다. 장 대표는 다음 달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만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새해부터 보수진영 결집에 신경쓰는 모양새다.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이 권고한 '당원투표 반영 비율 70% 상향안'에 대한 지도부의 수용 여부는 분수령으로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 속으로 좀 더 다가가는 모습이면 정말 좋겠다"며 수차 현행 유지(50% 반영)를 주문한 바 있다. 지도부가 70% 상향을 강행한다면 내홍이 커질 것이라는 당내 우려가 적잖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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