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결과 鄭 "승리" 친명계 "아니다"…전대 전초전
친명 이언주 최고위원 사퇴…친청 최민희 "이러면 곤란"
李대통령 "이번 선거 결과 성공 아냐…국민이 주는 경고"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권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오는 8월 17일 열기로 했다. 70일가량 남았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는 8월 17일 진행하는 것에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표는 4인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을 하고 권역별 순회 경선을 통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8월 전대에선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이 확실시된다. 경쟁자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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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KPI뉴스 자료사진] |
다음 당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원내 지지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셈이다. 당권을 디딤돌로 차기 대권도 넘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렇게 성공한 케이스다. 이 대통령은 대표를 두 번 했다.
정 대표가 바라는 길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친명·친청계 간 갈등이 심해서다. 그간 이해가 맞서 양측이 충돌한 사례는 적잖다. '1인1표제' 도입, 조국혁신당과 합당 추진 등이다. '공소 취소 거래설'이 터졌을 땐 전운이 감돌았다.
차기 당권은 계파의 이해를 넘어 생존이 걸린 중대 사안이다. 계파 싸움이 훨씬 험악해질 공산이 크다. 이제 경쟁이 시작됐는데, 벌써부터 과열 조짐이 엿보인다. 특히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에 대한 시각차가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정 대표는 선거 이튿날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줬다"고 자평했다. 광역단체 16곳 선거에서 12곳을 이겼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친명계는 서울 등을 놓쳐 승리가 아니라며 정 대표 책임을 묻고 있다. 8월 전대를 겨냥한 신경전이자 전초전 성격이 짙다.
친명계 이언주 의원이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선공을 날렸다.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6·3 지방선거 결과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우리 당은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 사퇴는 승부처 패배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에 불을 붙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 사퇴를 압박하며 연임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당권주자들이 세를 모으는 과정에서 정 대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염태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민주당의 쓰라린 패배"라며 "국민이 보낸 경고를 승리라고 오독한다면 민주당은 향후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가 선거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책임있는 지도부라면 백서 제작보다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했으나 낙선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데 대해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김 지사는 MBC라디오에서 "(정청래) 대표가 연임 선거를 앞두고 경선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인 호남의 시각"이라며 "자기 사람 심기, 줄 세우기를 했다는 게 시·도민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전남의 여론은 정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4일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정청래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친청계는 강하게 반박했다. 선거 패배 책임론이 당권경쟁과 맞물리며 내홍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추워져야 소나무와 전나무의 절개를 알게 된다"며 이 최고위원 사퇴를 꼬집었다. 최 의원은 "이언주 의원님, 이 추위에 이러면 곤란하고 책임 있게 지도부로서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김한길·안철수식은 진부하다"고 썼다.
윤준병 의원은 송 전 대표를 직격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무소속 김관영 후보 구하기에 공개적으로 나서며 이적 행위를 했던 송영길, 해당 행위자가 아닌가"라며 "당 대표 출마 후보군의 일원으로 거론되는 것조차 마음이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의 일련의 언행은 중대한 해당 행위가 아닌가. 당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는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못박아 주목된다. 정 대표로선 부담이 커진 형국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에서 숫자가 과반이 넘으면 이긴 건지, 10개를 넘으면 이긴 건지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이길 곳을 지고 또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뒤) 한 2, 3일은 저도 상태가 별로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 등 전략지 패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겨진다. 여당의 선거 성적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이 묻어난다.
이 대통령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조차도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며 "박지원 의원이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골프와 선거는 고개 들면 진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총리는 전날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히며 선거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대표를 우회 비판한 모양새다. 김 총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는 무한 책임을 가진 집권 민주당의 각성과 긴장,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 총리를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날 한성숙 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며 "지난 1년 이재명 정부의 성과는 사실상 김 총리의 성과라고 불러도 과히 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한 송 전 대표도 정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선거 결과) 평가팀 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내에선 계파갈등 고조와 당권경쟁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권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솔직히 너무 큰 염려가 엄습한다"며 "피 터지는 전당대회는 불을 보듯 대권 투쟁으로 이어지고 민생, 경제, 내란 청산 3대 개혁은 실종된다"고 썼다. 그는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면 피바람 나고 다 죽는다"며 "조용한 전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선거는 성공 아니다"는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지도부 말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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