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인도적 안락사" 주장에 동물단체들 엇갈린 반응

강혜영 / 2019-01-24 11:00:58
수의사 "인도적 안락사는 소생 가능성 없는 동물의 복지 고려한 것"
박 대표, 안락사 절차 안 지켜…사설보호시설은 법 규제 안 받아
전문가 "사각지대에 놓인 사설보호시설 제도권 내로 편입해야"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는 동물권 단체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250마리를 안락사한 의혹에 대해 "지자체 보호소에서 행해지는 대량 살처분과는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CARE)' 박소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이에 동물권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어 직원들은 이날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인도적 안락사'가 아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박 대표가 무분별한 안락사를 행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단체들은 같은 날 '케어 사태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통해 "동물보호단체 보호소가 안락사를 안 한다는 것은 구조를 거의 안 한다는 뜻"이라며 박 대표를 거들었다.

"인도적 안락사는 소생 가능성 없는 동물의 복지 고려한 것"

'인도적 안락사'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없는 동물의 이익과 복지를 고려한 결정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준호 서울특별시수의사회 전무는 "어떤 안락사가 인도적이고 어떤 것이 아니다라고 양분해서 딱 규정할 수 없다"며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인도적이라는 뜻은 삶이 고통과 아픔 속에 있어서 소생 가능성이 없는 동물들에게 차선책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동물권단체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 역시 "인도적 안락사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규정이 있지만 통용되는 원칙들이 있다"면서 "제일 첫 번째는 동물의 이익과 복지를 고려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의 이익과 복지를 고려한다는 것은 계속 살아 있을 경우에 고통이나 처한 환경 등 때문에 동물의 삶의 질이 죽었을 때보다 떨어진다는 수의학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오른쪽)와 권유림 변호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안락사 논란이 제기된 '케어'의 박소연 대표 고발장을 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그러나 박소연 대표는 소생 불가능한 상태가 아닌 동물도 안락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한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박소연 대표가 임신한 개와 대형견 등 건강한 개체들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에 인도적이라는 말은 궤변"이라고 했다.

 

이형주 대표도 "박 대표는 더 많은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안락사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수의학계에서 말하는 인도적 안락사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대표가 자행한 안락사는 동물 복지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인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소연 대표 측은 건강한 개체를 안락사한 것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으며 제보자가 안락사의 증거로 내놓은 카카오톡 내역도 사라져 확인된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행정편의적 안락사 허용되지만, 박 대표는 절차 안 지켜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적 안락사 이외에도 행정편의적 관점에서의 안락사가 허용된다. 매년 늘어나는 유기 동물들을 지자체 동물보호센터가 전부 수용하고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제17조에 따라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이 유기동물 등을 보호하고 있는 경우 소유자 등이 보호조치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7일 이상 공고하고 있다. 10일이 지나도 동물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동물들을 기증하거나 분양할 수 있다.

다만, 지자체별 동물보호센터의 규모 및 유기동물수용의 한계, 동물이 질병 등으로 기증 또는 분양이 곤란한 경우 등 동물보호센터별로 기간을 정해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라 수의사에 의해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 동물보호법 제22조

 

안락사 대상도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제2016-18호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7장에 따라 선정돼야 한다. 

 

▲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7장

 

그러나 박소연 대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사설 동물 보호시설은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소연 대표가 속한 케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사설 단체다.

 

신준호 전무는 박 대표가 주관적인 판단에서 안락사를 한 점을 들어 "케어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제도권의 절차를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보호소에서 관리 문제로 행해지는 안락사를 인도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는 규정과 제도에 의해서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기동물 개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캡처]


사각지대에 놓인 사설보호소…"법제화돼야"

동물이 유기나 유실이 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로 가게 되는데 동물보호센터에 신고되지 않은 동물들은 사설 단체로도 가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사설 보호소는 아무런 동물보호법상의 규제가 없어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농림부 동물복지정책팀 관계자는 "일반 사설보호소는 건축법 등은 적용받지만 정작 동물보호법상의 규제는 없다"며 "보호소를 설립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안락사 기준 역시 사설보호소에는 강제되지 않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설보호소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한다. 유영재 대표는 "사설보호소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사설보호소의 개념이 법적으로 정립되고 법적인 운영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준호 전무 역시 "음지에 있던 보호소들을 양성화해서 지원해야 한다"면서 "지원을 하는 순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겨 통제, 감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오는 3월 말까지 사설보호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제도권 내로 편입해 관리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행정편의적 안락사도 줄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형주 대표는 "수많은 유기 동물들을 수용하기에 재원이 모자라 연간 유기 동물 10만마리 중 20%가량이 안락사되는 상황"이라며 "유기 동물 발생률을 줄이는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예산이나 인력 면에서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농림부는 현재 유기 동물을 관리하는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매년 3~4개소씩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혜영

강혜영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