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늪에 갇힌 김정은

김문수 / 2018-07-10 08:42:27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싱가포르 북미정상 회담장으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사진=백악관]

 

싱가포르 북미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 있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발표한 당초 주장과 달리 북한 비핵화 후속 조치가 뜻뜻 미지근하게 흘러가고 있다.  

 

북미회담 직후 1주일이면 후속조치 이행을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빗나갔다. 예상보다 훨씬 뒤늦은 거의 한 달이 가까운 7월 6일 1박 2일간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 회담을 가졌지만 김정은 위원장 면담은 실패했다.

 

회담을 마치고 북한 외무성이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일방적이고 갱스터 같은 요구를 주장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비핵화 논의의 북미간 갈등이 표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일요일 일본을 방문한 직후 가진 기자회담에서 "만약 우리의 요구가 갱스터라면 세계가 갱스터"라며 "우리는 전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다음 단계에 관한 실질적인 대화를 상세하게 나눴다"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북한 외무성 발표를 바탕으로 "이번 평양 회담을 절망적"이라고 보도하는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비핵화 논의는 생산적이었다고 말해 북한 비핵화 논의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북미간 마찰음을 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보다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중 패권 싸움"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정권만해도 시진핑 주석은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조치 이행에도 그런대로 적극적일 정도로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기보다 오히려 북한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이 갑자기 가까워지면서 급기야 4·27 판문점 선언이 나오는 등 북미 정상회담 논의까지 급물살을 타자 중국 시진핑 주석의 태도도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불과 한두 달 사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두번이나 방문하는 등 북-중 관계도 뜨겁게 달아 올랐다.

 

특히, 싱가포로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이 제공한 비행기로 중국으로 돌아와 또 다시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등 시진핑 주석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강하게 감싸고 돌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배경에는 현재 경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이 경제는 물론, 군사 패권까지 북한을 레버지로 활용하기 위해 상호 뜨거운 구애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성공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앞으로 중국을 경제 및 군사 양측면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일석 이조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김위원장과 38분 간의 독대에서 "북한이 중-소와 70년을 함께 했지만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부강한 남한을 보시오. 김위원장이 나와 거래를 한다면 남한보다 잘사는 나를 만들어 줄 수 있오. 게다가 지금 우리가 회담하고 있는 이 싱가포르처럼 북한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성장시켜 줄 수 있오."라는 말이 극비리에 흘러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론 싱가포르 회담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무위들에게 "(원문: Mr. Kim could remain in power if the two sides reach a deal to the North of nuclear weapons. Otherwise, the country should expect "total decimation. 양측(북미)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거래(비핵화)를 체결한다면, 미스터 김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어, 만약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완전한 파괴를 기다려 해"라고 공식 발언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미 당근과 채찍을 던져 놓고 있다.

 

이에 질세라 시진핑 주석도 이미 김위원장을 불과 서너 달 사이에 3번이나 만나는 등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안달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을 확고히 사로잡으려면 "중국이 3차 대전을 각오하고라도 북한 체제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김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약속을 깨고 중국을 선택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늪에 갇힌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조만간 선택지를 고를 김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한반도는 "평화"가 아니면, 이전보다 훨씬 더 진폭이 크고 가혹한 "지진"이 닥쳐올 전망이다.

 

김문수 기자/ moonsu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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