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대란 막은 '준공영제'…장기적 대안 될까

김이현 / 2019-05-17 08:42:28
준공영제 도입 땐 대중교통 사각지대 줄고 버스기사 임금도 개선
혈세낭비·도덕적 해이 우려…"세금 지원보다 경영 구조 변화가 우선"
▲ 지난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에 사측인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 버스 노조 대표들이 참석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정병혁 기자]

사상초유의 '버스 대란'은 피했다. 13개 시·도 버스 노조가 예고한 시한을 하루 남기고 극적 합의를 이뤘다. 준공영제가 톡톡히 역할을 했다. 주 52시간 시행으로 촉발된 버스파업 위기는 일단 그렇게 모면했다.


논쟁거리는 남았다. 버스 운영을 위한 국가예산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파업을 세금으로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회사 배불리기' 논란이 재현될 조짐도 보인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준공영제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공성·효율성' 결합한 버스 준공영제

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업체가 버스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지자체가 설정한 노선에 맞춰 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자체는 수익을 관리하면서 운행 실적에 따라 각 회사에 배분하고 적자를 보전해준다.

승객 입장에서는 교통 취약지역까지 버스가 다니게 돼 교통 편의가 개선된다. 버스 회사들은 적자 우려 없이 노선을 운영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운전 기사의 처우도 나아진다. '공공성 확보'라는 공영제의 장점과 '경영 효율화'라는 민영제의 특성이 결합된 셈이다.

 
이번 합의안은 '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던 중앙정부가 한발짝 양보한 결과다. 현재 지방사무인 일반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전환하고 광역급행버스(M-버스)를 포함한 모든 광역버스의 준공영제 추진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노선버스 운영에 개입할 수 없는 중앙정부가 우회로를 통해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 전국 13개 시·도 버스 노조와 사측이 극적 합의를 이루면서 우려했던 버스 대란은 피하게 됐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풍경 [정병혁 기자]


"혈세낭비·도덕적 해이 우려"


합의안이 도출되자마자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현재 전국의 일반광역버스는 2547대, M-버스는 414대가 운행되고 있다.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14일 기준 버스 7405대)는 버스회사에 매년 약 2000억~3000억 원을 지원한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14년간 메운 지원금은 3조 7000억 원이 넘는다.

 
경기도는 재정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 대비 승객 자체가 적은 데다 낮시간대 이용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적자노선이 늘면 이를 운행하기 위해 드는 재정 지원금 또한 불어난다.


보조금을 쏟아부으면서도 버스회사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자체 버스회사들이 정부 보조금을 유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온 까닭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지난 15일 "버스 준공영제는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줄이는 등 서비스와 버스 노동자의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지원금 산출기준인 회계자료를 사업체가 작성하는 등 투명성이나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민중당 서울시당과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버스재벌'을 양산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버스회사가 지원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무리한 운행을 요구하는 등 기사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현금 수입을 축소해 보조금을 더 타내는 등 버스회사들의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검증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권한도 부족한데다 투입된 재정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버스관련 협의를 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려가 잇따르자 정부도 입장을 내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준공영제 도입으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엄격한 관리 하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요금제 개선안과 운영 효율성 강화, 지자체간 운영 방법, 재원 확보 방안 등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자체 감사시스템, 관리 방안 마련이 우선"


전문가들은 준공영제 확대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관리감독 등 선행조건을 강조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버스운전사들은 법에서 특례조항을 둬 주 70시간 일해도 된다는 일종의 차별을 받아 왔다"면서 "주 52시간제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금으로 메우는 게 아니라 공정성을 높여주는 게 준공영제"라면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제대로 운영하면 되는 것이지 준공영제를 특혜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도 적자분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지원금이 다 들어간다"면서 "버스 준공영제는 기존부터 계속 논의가 돼왔고 연구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해 준공영제를 시행하되 세금낭비나 방만한 경영이 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무작정 세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준공영제가 방향으로는 하나의 답일 수 있지만 내부에 많은 문제가 있다"면서 "버스회사가 어떻게 경영되는지 내부구조 자체를 들여다볼 수 없는데, 이런 것부터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구조를 바꾸지 않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땜빵 식으로 세금을 쏟아붓는 건 장기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버스회사들의 전체적인 경영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준공영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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