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아람 작가 "나는 도예가다"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 2024-07-26 10:57:08
한일 도자기법 섭렵...새 가치 실현 위해 골몰
"저와 도자기가 세상의 좋은 쓰임이 되길 바라"
다음달 8~11일 SETEC 뱅크아트페어에 다수 출품

'도자기(陶瓷器)'를 찾는 관객이나 콜렉터가 흔히 상상하는 도예가의 모습이 있다. 희고 긴 수염에 전통한복 차림으로 흙가마를 열며 구슬땀을 흘리는, 도인의 풍모다. 황아람 작가는 이런 선입견과 거리가 멀다. 이제 막 삼십줄에 들어선 여성 도예가다. 

 

전통적 관념으로 그를 처음 본다면 그저 '애송이'처럼 느껴질 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대학 시절부터 10년 넘게 줄곧 도자에 몰입해 이미 자기 색깔을 뿜고 있는 전문가다. 24일 KPI뉴스 인터뷰에서 황 작가는 자신을 "도예가"라고 소개했다.

 

▲ 작업 중인 황아람 작가 [비채아트뮤지엄]

 

▲ 황아람 작 '틈새의 그릇' ball type 중형합 white, light purple 지름14x10높이(cm) [비채아트뮤지엄]

 

"어릴 때부터 손 놀이가 좋았어요. 흙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요."

그의 작품은 다양하지만 주목할 만한 작품들은 마치 대나무로 엮은 듯한 크고 작은 함이다. 함은 일반 도자기와 달리 뚜껑이 달렸다. "열고 닫힐 수 있다는 건 저의 성향과 비슷해요. 더러 살다 보면 숨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자신은 소심한 사람이라며 급한 구석 없이 또박또박 생각을 전했다. 그 말투와 표정에서 스스로 채우고 완성해가는 예술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는 대나무 줄기를 다루듯 흙을 엮는다고 했다. 이렇게 정교하게 흙으로 엮은 함은 1230~1250도의 고온 가마에서 몸을 태워야 한다. 꼬박 4~5일이다. 전통적인 도자는 흙으로 만든 가마 속에서 몸을 만들겠지만 이젠 더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하는 전기가마를 사용해 흙을 굽는다고 했다.

▲ 황아람 작 [비채아트뮤지엄]

 

그의 함은 아래와 위가 서로 만나 하나로 합체한다. 양과 음이 서로 교접하듯 둘은 하나이고 하나는 둘인 셈이다. 대나무 줄기를 망처럼 엮은 겉모양은 수많은 인연의 실타래를 이어놓은 듯하다. 혼자서 살 수 없는 세상 얽히며 기대며 살아가는 인연을 보는 듯하다. 함은 생명처럼 엮인 줄기 사이, 숭숭 뚫린 곳으로 숨을 쉰다.

"도자기 도시 이천에서 반년을 머무르며 여러 공부를 했어요. 그 후에 대나무로 유명한 일본 교토로 유학을 가 여러 공부를 했어요. 한국과 일본의 근본적인 도자 기술은 별 차이가 없죠. 하지만 일본인이 공예품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사뭇 달랐어요. 예술 작품으로 대하면서도 자연스레 그것들을 생활용품으로 사용하는 모습에 좀 놀랐어요. 또 특정 목적이 정해진 도자를 다양한 쓰임새로 사용하며 도자 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죠. 사실 여러 면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얘기는 일본 사회에 자연스럽게 문화로 스며든 생활 도자에 대한 단순한 경외뿐만 아니라 향후 도예가로서의 자기 구실에 대한 각성이나 우리 도자 문화의 나아갈 바를 깨우쳤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를 이끌 도량의 이런 각성이 향후 우리 도자 세계에 동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직접적인 설명이 없더라도 그의 얘기는 역사만 부여잡고 있을 게 아니란 것이다. 그저 일본 도자의 원류라며 일본 도자를 깔보던 태도로는 더 나갈 길이 없다는 거다.

 

1592년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선진적인 조선의 도자 기술에 탄복한 왜군은 당시 조선의 도자기를 닥치는대로 챙겨가고, 수많은 도예가를 끌고 가 자국의 도자기 산업을 일으켰다. 현재 일본의 명문 도자기 가문이 당시 끌려간 조선의 후예라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황아람 작 [비채아트뮤지엄]

 

"나중엔 더 큰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더 많은 재료를 연구할 생각이에요. 원재료인 흙에 무언가 다른 재료도 섞어 보고 이것저것 해봐야죠."

십 년 묶은 그의 도자는 사람을 끌어드리는 마력이 있다. 도자를 오래 다룬 전문가나 작가들은 "도자가 맞느냐?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라며 찬사와 호기심을 보인다고 한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은 "생면부지인 화가이자 도예가인 중견작가 오만철 선생이 황 작가를 찾아왔어요. 중국 경덕진에서 채취한 흙까지 전해주며 황 작가의 작품 세계에 관심을 보였죠. 어쩌면 오 선생은 까마득한 후배 작가가 무언가 해내는 것에 대해 기특했는지도 모르죠"라며 거들었다.

황 작가가 도예가가 된 것은 우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얼굴도 모르는 외증조할머니가 짚으로 만들어 놓은 여러 바구니를 본 것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돈벌이도 되지 않는 데도 틈틈이 짚을 엮어 여러 소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할머니의 깊은 생각은 알 수 없죠. 그저 자급자족을 위한 행동이었던지 버려지고 썩어질 지푸라기에 새 생명을 넣어주며 고단한 삶을 관조했는지 모를 일이죠. 저는 흙을 만질 때 할머니가 지푸라기를 꼬며 느꼈을 또 다른 촉감을 느끼며 몰입의 쾌를 느껴요. 재료는 다르지만 할머니의 생활미술이 어쩌면 저에게 도자기로 전승됐을 수 있죠. 할머니 같은 분은 경계 밖의 사람이었지만 더 추앙받을 가치가 있죠."

▲ 황아람 작

 

인터뷰 중 기자는 눈에 보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아 작품을 손에 들었다. 하지만 손에서 미끄러진 도자는 한순간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흙으로 구워 만든 도자인 걸 진작 알았지만 정교하게 엮인 도자를 순간 대나무 함으로 착각한 탓이다. 주변엔 탄식이 터졌다. 허투루 작품을 손에 쥔 만행으로 도자는 애초 쓰임을 완성하지 못했다. 잠시 후 깨진 뚜껑은 성하게 살아남은 아래 함에 담겼다. 황 작가는 "보이는 것도 하나의 쓰임"이라는 말로 넌지시 타일렀다.


그의 작품은 소박하다. 물성이 흙이니 그저 바구니일 순 없다. 초경공예, 짚풀공예 등의 바구니 제작 기법은 여러 가지다. 그는 이런 방식을 도예에 적용하고 있다. 표면장식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용도를 고려한 작품이다. 작품명이 '틈새의 그릇'이라 지어진 것은 하나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제 작품이 잘 쓰이길 바라요. 제가 세상에서 쓰임이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황아람 작가는 다음달 8일~11일까지 나흘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 전관에서 열리는 뱅크아트페어(Bank Art Fair)에 출품한다. 올해 뱅크아트페어는 국내외 129개 갤러리가 약 1200여명의 작가 작품 15000여 점을 무대에 올린다. 그의 작품은 비채아트뮤지엄이 준비하는 3Hall 3~4부스에 전시된다.
 

▲ 황아람 작 [비채아트뮤지엄]

 

황 작가는 서울여자대학교 공예과 졸업했으며 교토조형예술대학(현 교토예술대학·2020)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동안 개인전 '도자기 바구니(일본교토, 2019)'와 'Ceramic Basketry (2023 서울갤러리)'를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1엔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으며 신진 도예가로 세간에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제이슨 임 / 문화부 아트전문기자

안녕하세요.아트전문기자 제이슨임입니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