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歌神) 임재범의 마지막 포효

제이슨임 문화전문기자 / 2026-05-18 10:13:14
상처와 한(恨)을 노래한 단 하나의 목소리
누군가에겐 동경이고 누군가에겐 질투였던 소리
"약속은 깨져야 제맛...언젠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

가신(歌神) 임재범이 마지막 콘서트 무대에서 포효했다. 그가 40여 년간 무대에서 선사한 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닿고 싶은 꿈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끝내 흉내조차 낼 수 없어 질투의 대상이었다. 프로 가수들조차 그의 앞에서는 작아졌고, 갈 길 먼 연습생들은 그의 소리를 따라 하다 목을 다쳐 가수의 꿈을 접기도 했다.

임재범의 보컬은 흔히 '호랑이의 포효'로 불린다. 거칠게 찢어지는 샤우팅과 폭발적인 고음 때문이다. 특히 상황에 따라 공기의 양을 달리 섞어 만들어내는 그의 믹스보이스는 언제나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팠다. 잔잔한 바다 위로 갑자기 폭풍이 밀려오는 듯한 소리였다.
 

▲ 무대에서 포효하는 임재범. [블루씨드 엔터테인먼트]

 

한때 음악계에서는 그를 "한국의 마이클 볼튼(Michael Bolto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허스키한 음색과 록 발라드 중심의 폭발적 감정 표현이 닮아서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마이클 볼튼이 미국식 팝 소울과 세련된 록 발라드의 문법 안에서 정교함을 보여줬다면, 임재범은 훨씬 더 원초적이고 처절한, 화산 같은 폭발을 보여줬다. '고해'와 '너를 위해'에서 드러난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샤우팅이 아니었다. 그의 굴곡진 삶에서 묻어 나온 고독과 분노, 그리고 한(恨)이 실려 터져 나오는 남자의 울음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의 소리는 멜로디보다 감정으로 기억된다.

그는 앨범 녹음 때조차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2004년 발표한 5집 '공존(Coexistence)' 작업 당시 프로듀싱에 참여했던 최남욱 동서울대학교 교수는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녹음 후 일체의 에디팅을 하지 말라고 했다. 마이크 앞에 서기까지의 준비는 길었지만 감정이 차오르면 단박에 소리를 토해냈다. 두어 번 쭉 부르면 녹음은 언제나 끝났다"고 회상했다.

▲ 열창하는 임재범. [블루씨드 엔터테인먼트]

 

그는 애초 헤비메탈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1980년대 한국 록의 전설로 기록된 시나위의 보컬로 '크게 라디오를 켜고' 등을 부르며 한국 록의 화신으로 떠올랐다. 이후 솔로로 전향해 '이 밤이 지나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낙인' 등 록과 발라드를 넘나드는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특히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여러분' 무대는 '임재범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난 주말, 그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앵콜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를 끝으로 긴 음악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번의 타협도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고해'에서는 여전히 처절했고, '크게 라디오를 켜고'에서는 청년 시절 가슴에 품었던 헤비메탈의 영혼이 소환됐다. 공연 말미 그는 "매번 죽을 힘을 다해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노래했다"며 팬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연을 마치고 만난 한 관객은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말했다. "약속은 깨져야 제맛이죠. 언젠가 다시 무대에 돌아오길 바라요."

 

KPI뉴스 / 제이슨임 문화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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