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면적 늘었으나 갤러리수 소폭 감소...대작출품 위축도 흥행변수
대한민국 최대 미술박람회인 '키아프서울(Kiaf, 한국국제아트페어)'과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 프랑스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영국 '프리즈서울(Frieze)'이 다음달 4일 서울 코엑스에서 동시에 막을 올린다. 키아프는 8일까지 5일간, 프리즈는 7일까지 4일간 열리는 이번 아트페어는 2022년 공동 개최를 시작한 후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 최고의 아트페어인 키아프에 세계적인 명성의 프리즈가 힘을 보탠 '키아프서울·프리즈서울'은 현재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이자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제 아예 두 아트페어를 묶어 '키아프리즈'란 별칭까지 생겼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2024키아프서울·프리즈서울'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발견과 신선한 만남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 갤러리들이 모여 예술의 혁신적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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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즈 서울 2023' [이상훈 선임기자] |
키아프서울, 코엑스2층 '더플라츠'로 규모 확대
프리즈와 공동 개최로 시너지를 창출하며 성장 폭을 키우고 있는 키아프는 올해 행사장 규모를 더 늘렸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를 향한 발걸음이다.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 올해 키아프는 작년엔 코엑스 1층 A, B홀만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2층의 '더플라츠(The PLATZ)'까지 공간을 확장했다. 전 세계 21개국에서 207곳의 갤러리들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행사 공간이 늘어난 반면 참가 갤러리 수는 작년(210개)에 비해 소폭 줄었다. 다만 특별전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풍성하게 꾸며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체적으론 파이가 커졌다는게 중론이다.
미술시장 불황 여파인지 싱가포르, 대만, 일본, 홍콩 등의 아시아 아트페어가 제자리를 걷고 있지만 외형 면에서 규모가 확장된 것은 키아프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주최 측은 갤러리수 소폭 감소에 대해 "질적 향상을 위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참가 갤러리 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의 평가에도 명암이 있지만 세계적 권위를 가진 프리즈 그늘에 가려 키아프와 한국 갤러리들이 위축될 것이란 기존의 국내 미술계의 우려도 기우로 돌렸다는 점은 한국 콜렉터의 저력을 대외에 과시하고도 남는다. 그런 점에서 국내 미술계에선 "키아프가 프리즈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나온다.
올해 키아프 참가 갤러리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K갤러리' 32개를 필두로 대만, 일본, 등 아시아갤러리 참여가 늘었다.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도 키아프에 명함을 내밀었다. 작가들과 출품작 면면도 화려하다. 알렉산더 칼더, 페르난도 보테로, 로버트 인디애나, 마르크 샤갈,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등 국내외 현대미술 거장들의 원화 컬렉션이 킥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키아프 온사이트'는 종전 행사 때보다 △기술의 변화 △경험의 변화 △공간의 변화 등을 보완·구성해 볼거리가 풍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이지 않는 전환점'을 주제로 하는 또 다른 특별전에는 양민하, 최원정, 진앤박, 캇 오스틴, 윈슬로 포터 등 국내외 작가 7명이 참여해 미디어아트와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행사 자체의 수준도 진일보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레이아웃이 마치 예술 도시를 탐험하는 듯한 착각이 들 수 있게, 이동하며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특별전엔 대형 설치 미술과 퍼포먼스VR 등 현대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작품들이 전면에 나선다. 2022키아프에 첫선을 보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대체불가토큰)아트와 비디오 등의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뉴미디어 아트도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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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즈 서울2023'. [이상훈 선임기자] |
프리즈서울, 아시아갤러리에 초점…해외 대작출품 줄어
코엑스3층 C·D홀에 둥지를 틀 2024프리즈서울은 지난 행사와 큰 변화 없이 30개국 120여 갤러리의 작품을 내놓는다. 이미 세계 3대아트페어로 불릴 정도로 명성을 쌓은 프리즈는 프리즈서울 역시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프리즈서울 메인 섹션에는 매해 참가한 가고시안, 하우저앤드워스, 리슨 갤러리, 페이스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스푸르스 마거스, 화이트큐브, 데이비드 즈워너 등 세계 최대 규모의 80여 갤러리가 부스를 차린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현대,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PKM 갤러리, 갤러리 바톤 등이 프리즈에 얼굴을 내민다. 백아트는 스톤아일랜드의 신진 갤러리 후원 프로그램으로 이번에 프리즈에 처음 모습을 내민다.
올해 프리즈서울 참여 갤러리 중 약 60% 정도는 아시아에 지점을 둔 갤러리들이다. 이 가운데 31곳은 이미 국내에 갤러리를 열고 한국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전시 작품도 화려하다. 구시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는 거장을 소개하는 '프리즈마스터즈'에는 학고재와 가나아트가 이봉상, 하인두, 이남규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처음 마련된 퍼포먼스 중심의 전시 '프리즈 라이브'에는 7명의 아티스트가 5회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미술계 거장들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프리즈서울 측은 "전준호, 이불, 이강승, 이미래, 이우환, 백남준, 박서보, 서도호, 양혜규 등 한국 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문화유산과 그 지속적인 중요성을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여럿 선보인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루이스 부르주아, 캐롤 보브, 알렉스 다 코르테, 올라퍼 엘리아슨, 바바라 크루거, 쿠사마 야요이, 니키 드 생팔, 아너 타이터스 등 국제적 명성을 갖춘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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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진행된 키아프 플러스2023(Kiaf +) 전시회. [이상훈 선임기자] |
키아프, 중소 갤러리들 참여 기회 박탈 등 불만 높아
2024키아프리즈는 공동 개최 3회차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지만 몇 가지 아쉬움은 있다. 우선 해외 유명 갤러리의 대작 출품이 줄어 지난해와 같은 관람객들의 열기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작년 키아프엔 5일 동안 8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큰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오픈하기도 전에 많은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뤄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백 억원 대의 고가 작품 출품이 눈에 띄게 줄어 작년과 같은 흥행몰이가 없을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9월 미국 뉴욕에서 예정된 '아모리쇼', 10월 영국에서 열리는 '프리즈런던'이 올해 프리즈서울 흥행에 찬물을 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컬렉터들을 끌어모으기엔 다소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다. 그간 고미술품과 20세기 후반의 명작을 주로 소개해 온 '프리즈 마스터스'가 전략적으로 아시아갤러리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미술산업 활성화엔 보탬이 되겠으나, 결과적으로 해외 대작의 출품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작품은 매출과 국내외 컬렉터들을 아트페어로 끌어들이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올해 페어의 고가 작품 수 감소는 '키아프리즈' 흥행에 적잖은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키아프에 중소 갤러리들의 참여 기회가 줄어든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외 대형 아트페어의 콜라보로 인한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전시장 면적을 크게 넓혔으나, 갤러리 참여를 제한하면서 중소 갤러리들이 발을 돌려야 했다. 한국화랑협회가 실제 작품 전시 부스를 축소 조정, 인위적으로 참여업체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쳤다"고 했지만 키아프리즈를 통해 글로벌 컬렉터들을 만나고 해외 시장에 진출의 발판을 닦으려는 중소 갤러리 입장에선 불만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키아프와 프리즈 사이의 미묘한 경쟁 관계도 두 아트페어의 물리·화학적 결합 한계를 분명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 관람 티켓, 티켓 가격, 부대행사 등을 놓고 두 아트페어 주최 측은 이번에도 연례행사처럼 적잖은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프리즈를 통해 세계 무대로 지평을 넓히기 위한 키아프, 키아프를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에 입지를 강화하려는 두 아트페어 사이의 공동 개최 지향점과 목표점이 다른 데서 나오는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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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대규모 미술 전시회 '키아프2023'(Kiaf) [이상훈 선임기자] |
계약연장 낙관은 금물…프리즈 노하우 최대한 흡수해야
키아프와 프리즈의 '계약동거' 기간은 5년이다. 이번까지 포함해 단 3번 남아있다. 키아프 측은 "프리즈와 현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프리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프리즈 측도 "계약기간 후에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리즈 측의 속내는 키아프와 다를 수 있다. 프리즈가 가동 중인 전세계 아트페어 중 로컬 아트페어와 공동개최하는 것이 키아프서울이 유일한 데다, 5년이면 충분히 아시아 시장을 섭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는 셈. 그간의 콜라보 기간 중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계약기간 종료 후 프리즈의 변심을 재촉하는 촉매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키아프로선 프리즈와의 계약이 끝나는 2026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또 계약 연장을 낙관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계약 기간의 반환점을 도는 이번 2024키아프리즈는 더욱 중요하다. 남은 기간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의 노하우를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키아프는 내년에 프리즈 네트워크 통해 해외에 처음 진출한다. 이번까지 세 차례 '키아프리즈' 공동 개최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아쉬움을 거울삼아 하루빨리 글로벌 아트페어 스탠다드에 맞는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언제나 명암이 있다. 더러 "누구를 위한 아트페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올해 '키아프리즈'는 키아프의 국내외 생존, 한국 시장의 수성이나 확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반환점이 될 전망이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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