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무개념 '어린이집 철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9-08 15:40:36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직장어린이집 백지화
최고재무책임자 "벌금이 더 싸다" 발언 물의
생산성 향상 도움…단순비용만 따져선 안돼

유명 패션 플랫폼 업체인 무신사가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를 당초 발표와 달리 백지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신사는 서울 성수동에 지하4층·지상 10층 규모로 신사옥을 지으면서 3층에 어린이집을 집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3층 공간은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신사 "벌금이 오히려 싸다"며 어린이집 백지화

무신사 측은 어린이집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육대상 자녀가 있는 직원 93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수요조사를 한 결과 어린이집 입소를 희망하는 직원이 7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달 30일 직원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벌금(이행 강제금)을 내야 하지만 벌금이 훨씬 싸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출산정책과 반대로 간다", '시대를 역행한다" 등의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 서울 성수동 신사옥 '무신사 캠퍼스 E1' 조감도 [무신사 제공]

무신사 어린이집 철회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와

현행법에 따르면 직원이 500명 이상이거나 여성 직원이 300명을 넘는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주변 위탁보육 계약을 맺어야 한다. 복지부는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해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의 명단을 공표한다.

무신사는 작년 조사에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혀 미이행 사업장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뒤늦게 직장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철회한 것이 미이행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직장어린이집 대신 위탁보육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또 벌금이 적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무효화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앞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어린이집 설치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벌금은 솜방망이, 27곳이 미이행

서글픈 현실이지만 무신사 입장에서는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손해인 것이 사실이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면 1년에 1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에 비해 직원 7명의 자녀를 인근 어린이 집에 맡기면 비용은 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위탁보육 마저 거부하면 벌금(미이행 강제금)이 부과되는데 이것도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미이행 사업장의 명단이 공표되면 기업이 소재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두 차례 이행명령을 내리고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되는데 1년에 최대 2억 원에 불과하다. 단순히 계산해보더라도 '10억 원 vs 1억 원 또는 2억 원'의 답은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 버티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작년 말 기준으로 직장어린이 집을 설치하지 않은 업체는 27곳에 이르고 이 가운데 4개 업체는 7년 이상 명단에 오르고 있다. 한 마디로 '상대적으로 싼' 벌금을 물면서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벌금을 대폭 상향 조정하거나 아니면 다른 정책적 혜택을 줄여서라도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어린이집, 기업에 최대 5배의 편익 제공

직장어린이집은 과연 기업 입장에서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것이 옳을까? 2013년 한국보육지원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기업 입장에서도 직장어린이 집을 설치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직원들의 직무몰입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커져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연히 우수한 여성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퇴직률이 줄어들어 매출액이 늘어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돈으로 계산하면 30인 정원의 직장어린이 집을 운영할 경우 편익이 연간 최소 9000만 원 이상이고 150인이면 4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근로자가 200명에서 500명 사이의 기업에서는 직장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편익이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신사, 성장 바탕인 젊은 층의 보육에 앞장서야

무신사는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패션 사업을 펼치고 있고 2016년부터는 여성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2019년에는 기업 가치를 2조 원 이상 평가받으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작년 매출도 7000억 원이 넘는다. 2013년 매출이 1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새 70배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의 밑바탕에는 젊은 남녀의 호응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무신사에게 젊은 직원들의 보육문제는 단순히 비용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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