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사전계약 돌풍과 달리 판매 부진한 이유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9-07 13:57:26

8월 판매량, 전월 3분의 1…초라한 성적표
초기 품질 문제·비싼 가격으로 경쟁력 잃어
해외 판매로 반전 기대…품질 문제는 숙제

사전계약에서 1만 명이 넘게 몰리면서 돌풍을 기대했던 기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EV9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품질 문제로 출시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고 1억 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 때문인 것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1만 대 사전 계약 불구, 3달 판매대수 3000대도 안 돼

EV9은 사전계약 8일 만에 1만367대가 계약되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막상 판매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돌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첫 달인 지난 6월 1334대, 7월에는 1251대가 판매됐으나 8월에는 40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판매량이 3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출시 이후 3달 동안의 판매 대수가 2993대에 불과했다. 출시 이후 첫 3개월 동안 7300대가 판매된 EV6와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표다.

이에 따라 재고도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가 EV9의 양산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 5월이다. 5월에 200대가량을 생산한데 이어 6월에는 4000대 수준으로 늘렸으나 7월 이후 다시 2000대 수준으로 줄였다. 지금까지 판매량을 감안하면 시범 모델을 제외하더라도 7000대 이상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고는 원활하다는 것이 영업점의 설명이다. 보통 인기 차종의 경우 적어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EV9은 계약 후 한 달 이내에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 기아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모델 'EV9'. [기아차 제공]

동력상실 이어 다양한 추가 결함으로 또 무상 수리

사전 계약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EV9이 석 달 만에 찬밥 신세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품질 문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처음부터 주행 중 동력 상실이라는 치명적 결함이 제기됐다. 결국 기아차는 전동기 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문제라며 지난 달 초에 8394대의 EV9을 리콜했다.  

그런데 리콜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① 변속제어장치의 오류로 P단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 ②조수석 무드램프 점등되지 않을 가능성 ③충전제어 장치 오류로 충전이 정상적으로 안 되거는 경고등이 점등될 가능성 ④차량 정비 때 필요한 진단 데이터가 누락될 가능성 등 4가지 결함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기아는 올해 5월 8일부터 8월 7일까지 생산된 2913대에 대해 무상 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전기차는 가격 경쟁에 나섰는데, 홀로 비싼 가격 고수

그렇다고 초기 판매부진이 품질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신된 신형 그랜저는 지금까지 다양한 초기 결함으로 리콜 2차례, 무상 수리 15차례를 진행했지만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대수가 7만 대를 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품질문제에 더해 비싼 가격이 판매 부진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EV9의 국내 판매 가격은 7300만 원대에서 8100만 원대에 달한다. 최고가 사양에 풀옵션을 장착하면 찻값은 1억 원에 육박한다. 차량 가격이 57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보조금은 절반만 지원돼 실제 구입 가격은 6000만 원 후반 대에서 7000만 원대에 이른다. 가장 낮은 가격을 비교하면 펠리세이드나 카니발의 2배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테슬라는 중국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모델 Y를 들여와 기존보다 2000만 원이나 가격을 낮췄다. 모델 Y는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 원대 중반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벤츠와 아우디 BMW 등의 프리미엄 수입차 회사들도 전기차 가격을 최대 2600만 원까지 깎아주고 있다. 또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는 중형 전기 SUV 토레스EVX를 다음달에 3000만 원 대에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초기 품질 문제 잡지 못하면 '봄날'은 길지 않을 것

기아는 올 4분기부터 EV9의 미국판매가 시작되면 판매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 혜택도 가능하기 때문에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고질적인 초기 품질 문제는 큰 숙제로 남게 됐다. 검증되지 않은 차량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해 문제를 잡은 뒤에 해외 수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음이 돌아선 소비자를 돌려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를 등한시하는 한 지금의 호시절은 언제든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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