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친일파면 文부친도 친일파냐"…고삐풀린 전·현정권 역사전쟁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3-09-06 15:33:33

박민식·민주, 백선엽 행적 놓고 정무위서 난타전
朴 "백선엽 친일? '흥남시계장' 文부친도 친일파냐"
文 "농업계장, 해방후 일"…사자명예훼손 혐의 고발
홍범도 흉상 이전…文 반대에 대통령실 "너무 나서"

전·현 정권 간 '역사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전방위로 번지는 게 고삐 풀린 모습이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가 기폭제였다.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는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는 기름을 부었다. '참전'을 마다않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채질을 했다.

6일엔 백선엽 장군이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 부친도 소환됐다. 문 전 대통령은 발끈했다. "잊히고 싶다"는 바람은 물건너간 듯 하다. 

▲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6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주장했다. "백선엽이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한 건 특별법과 국가정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라는 논리다.

김 의원은 "그런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백선엽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고 광복회장이 공식 입장문을 냈는데도 그걸 부정하면서 사적 대화 내용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백선엽 장군은 친일이 아니라고 했다"는 박 장관의 최근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광복회는 박 장관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 장관은 "진짜 밤새워 토론 하고 싶다"며 즉각 반박했다. "국가가 역사적 진실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과 그 위원회라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위원회이고 당시 구성이 거의 10대 1 정도로 편향된 인사로 구성됐다"는 게 박 장관 설명이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 부친을 끌어들였다. 백 장군이 친일파라면 당시 비슷한 나이의 문 전 대통령 부친은 "(일제시대)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했는데 친일파가 아니냐"는 얘기다.

박 장관은 "백선엽이 스물몇살 때 친일파라고 한다면 문 대통령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거의 나이가 똑같다. 1920년생으로 그 당시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흥남시 농업계장은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군관학교 소위는 친일파냐"며 "어떤 근거로 한쪽은 친일파가 돼야 하고 한쪽은 친일파가 안 돼야 하냐"고 되물었다.

백 장군은 1920년 평남 강서에서 태어나 일제 만주군 소위로 임관했다. 문 전 대통령 부친은 1920년 함경도 흥남시에서 출생해 흥남시청 농업과장으로 근무했다. 

여야는 박 장관 발언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민주당은 박 장관을 비판했다.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지금 장관님께서 너무 오버하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재호 의원도 "비교를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 논쟁을 자꾸 만드는 게 장관님은 즐겁고 좋으냐"고 쏘아붙였다. "장관이 정권에 충성하는 자리인가"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을 감쌌다. 윤한홍 의원은 "문 전 대통령 부친이 일제시대 관직을 했는데 우리가 친일이라고 한 번이라도 공격한 적 있느냐"고 반격했다. 또 "박 장관은 백선엽이 친일이라고 한다면 문 전 대통령 부친도 친일이냐고 되물은 것"이라고 대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박 장관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박 장관 주장은 완벽한 거짓"이라며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건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의 일이고 유엔(UN)군이 진주한 기간 짧게나마 농업 과장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 책 '운명'에도 상세히 나와 박 장관이 모르고 이런 주장을 했을 리 없다"며 "박 장관 발언은 고인에 대한 대단히 악의적인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고발장을 준비 중에 있고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고발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방부와 육사가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 5인 흉상 이전을 추진하자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지나치게 나선 게 문제가 아닌 가 싶다"고 응수했다. 

당초 여당은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여당은 적극 대응으로 선회했다. 대통령실도 앞장섰다. 전·현 대통령이 이념대결을 주도하는 정국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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