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댓글공작' 前장성들, "홍범도 파묘" 주장 보수단체 활동

전혁수

jhs@kpinews.kr | 2023-09-05 16:12:33

제대군인노조 공동대표 김영교 "홍범도 파묘해 北 보내야"
'기무사 댓글조작' 징역 이봉엽 前 참모장, 노조 공동대표
'사이버사 댓글조작' 집유 옥도경 前사령관은 사이버단장
제주 4·3사건 폄하…노조 발전계획엔 '전두환 유해 안장'

과거 군에서 '댓글공작'을 벌여 처벌받은 장성 출신들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인 '제대군인자유노동조합'(이하 제대군인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군인노조의 김영교 공동대표(예비역 준장)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범도는 파묘해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회견에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과 예비역 장성 단체들이 함께 참석해 "육사 내 공산주의자 홍범도 흉상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8년 3월 1일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 흉상이 홍범도 장군이다. [뉴시스]

6일 UPI뉴스 취재 결과 제대군인노조에는 이봉엽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과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예비역 준장)이 각각 공동대표와 '사이버단장'을 맡아 참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참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대원들에게 2만여 차례에 걸쳐 온라인상에 정치적인 글을 게재하게 한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는 "군 구성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잃지 않도록 경계할 헌법상 책무가 있지만 피고인(이봉엽 전 참모장)이 기무사 부대원들을 동원해 정치적 중립에 반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게 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옥 전 사령관은 지난 2011년~2014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이버사령부에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을 담은 댓글을 달도록 한 '사이버사 댓글공작'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았다.

옥 전 사령관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기간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사이버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사령부 산하 530심리전단에 4000여 건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하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혐의로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는 "피고인들(옥 전 사령관 포함)의 범행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됐고 합리적인 정치를 위한 선택의 기회를 침해당했다"고 판시했다.

옥 전 사령관은 제대군인노조 사이버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3월 30일부터 단체 인터넷카페를 관리하고 있다. 운영자 두 명 중 한 명인 옥 전 사령관은 자신을 "카페 매니저 겸 사이버단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해당 카페에서 단체 활동 홍보와 관련해 "온라인 매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길거리 시위에 유튜버나 각종 SNS 제작자들을 초대하고 그들의 콘텐츠 작업을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독려했다.

제주 4·3사건을 폄하하는 글도 썼다. 지난 4월4일 올린 글에서 옥 전 사령관은 "좌파들은 이날을 민주항쟁의 날로 기념한다고 하는데, 힘없는 양민을 학살하고 공직자들을 죽이고 관공서를 불태운 폭도들을 어떤 근거로 영웅으로 대우를 하는지 보통 국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제대군인노조는 지난해 12월 제대군인자유노조 운용본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보수단체다. 노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노조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상급단체로 국민노동조합을 두고 있다.

UPI뉴스가 최근 입수한 '제대군인자유노조 주요 사업' 문건에 따르면 이들의 중·장기발전계획서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유해 안장 주도 △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 주도 등이 담겨 있다. 세부 사업으로는 △육사 이전 등 안보파괴 행위 차단 △반국가세력 대응하는 자유애국시민활동 주도 등이 적시돼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은 반(反)국가세력이고 뿌리가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대표가 노조를 정치 세력화해 사법리스크를 탈출하려 한다"고 했다.

▲ 서울 종로구 인사동 모 빌딩에 보수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제대군인자유노조 주소지도 이 빌딩이다. [전혁수 기자]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모 빌딩 5층에 있다. 같은 건물에는 제대군인자유노조 상급단체인 국민노동조합을 비롯해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연대 △프리덤칼리지장학회 △자유사랑선교회 △리박스쿨 △인터넷매체 NGO Press △국민노동조합 법률원이 입주해 있다. 대부분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결성된 보수단체들이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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