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악몽이냐 세수 펑크냐"…치솟는 유가에 골치 썩는 정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9-04 16:45:45
인하 지속하자니 '세수 펑크' 고민…7월까지 세수 43조 감소
치솟는 유가에 정부가 골치를 썩고 있다.
유류세 인하를 중단하자니 '휘발윳값 2000원' 악몽이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연장하자니 '세수 펑크'가 심각해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8월 다섯째 주(27∼31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윳값은 전주보다 4.2원 상승한 리터당 1744.9원으로 집계됐다. 경윳값(1630.0원)은 2.3원 올랐다.
휘발유·경유 가격 모두 8주 연속 오름세다. 휘발윳값은 지난 7월 첫째 주 1569.2원에서 8월 말 1744.9원까지 11.2% 상승했다. 서울(1824.0원)에선 이미 1800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경윳값도 18.2%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을 밀어 올렸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1.92달러 오른 배럴당 85.55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최고치다.
북해산 브렌트유(85.55달러)는 1.92달러 상승했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88.03달러)도 0.50 달러 뛰었다. 두바이유는 지난 7월엔 7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8월 들어 상승세를 타고 90달러에 근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자발적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트로이 빈센트 DTN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내년 원유 재고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연장, 미국 원유 재고 최저치 경신 등이 겹치면서 유가가 지속 상승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윳값이 곧 리터당 1800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가 중단되면 또다시 리터당 2000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일단 오는 10월 말까지로 2개월 연장한 상태다. 현재 휘발유는 리터당 205원, 경유는 201원씩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작년 5월 휘발윳값이 2000원을 넘으면서 큰 충격을 줬다"며 "그 악몽을 되풀이할 순 없으니 정부가 유류세 인하 혜택을 추가 연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류세 인하 혜택 중단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위험도 높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유가는 전방위적으로 소비재뿐 아니라 서비스 가격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고유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하반기 물가 불안을 계속 자극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세수 펑크 규모가 상당해 유류세를 마냥 인하할 수도 없는 게 정부의 딜레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국세 수입은 총 217조6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조3000억 원(16.6%) 줄었다.
대형 세무법인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법인세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며 "올해 연간 세수가 50조 원 넘게 급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극심한 세수 부족 탓에 이미 정부는 5년 간 이어오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도 지난 7월부터 종료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만 거듭 연장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6개월 단위로 연장하던 유류세 인하 혜택을 올해 4월에는 4개월, 8월에는 2개월만 연장했다"며 연장 기간 단축에 주목했다. 세수 펑크 때문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중단하고 싶은데, 유가가 높으니 조금만 더 연장하면서 그 사이 유가 하락을 기대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가는 떨어지긴 커녕 정부의 연장 조치 후로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10월에도 고유가가 멈추지 않는다면 정부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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