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조절 능력 잃은 한은, 또 동결…"인상도 인하도 힘들어져"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8-24 17:04:02

한은, 기준금리 5차례 연속 동결…중국發 리스크 우려한 듯
수출 11개월 연속 감소 '유력'…올해 성장률 1.4%도 '의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차례 연속 동결했다. 미국 연준과 금리 역전폭이 역대 최대로 벌어졌지만, 그보다 중국발 리스크 등 경기침체를 더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으로, 지난 2월부터 5차례 연속 동결 기조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가 5.25~5.50%라 한미 금리 역전폭이 2.00%에 달한다. 연준은 추가 긴축도 염두에 둔 기류여서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올라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가계부채도 골칫거리다. 그럼에도 한은이 동결 카드를 선택한 건 그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중국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경기 불안을 감안해 동결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 그대로 유지했지만, 내년 전망치는 2.1%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앞서 5월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하향했다. 

문제는 1.4% 달성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간 성장률 1.4%를 기록하려면 하반기에 드라마틱한 성장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반기 성장률이 0.9%이므로 하반기에 1.7%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 1.4%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뚜렷한 성장 개선을 기대하기엔 한국 경제의 핵인 수출이 부진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액은 278억5600만 달러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16.5% 줄었다.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유력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35억6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6, 7월 두달 간 흑자였던 무역수지가 3개월 만에 적자전환될 전망이다. 

여러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성장률에 대해 한은보다 낮게 보고 있다. HSBC는 1.0%, 씨티그룹은 0.7%로 예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3%를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모든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사실상 금리조절 능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5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앞으로는 금리를 올리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차례 동결한 뒤 갑자기 인상 전환하면, 시장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며 "앞으로는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경기도 부진을 띠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17.1원 하락한 1322.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 경제지표 부진이 금리인상 기대를 낮춰 환율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23일(현지시간) S&P글로벌이 발표한 미국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0으로 시장 예상치인 49.0을 하회했다. 서비스 PMI 예비치는 51.0으로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역시 시장 예상치(52.5)를 밑돌았다. 

강 대표는 향후 환율 흐름에 대해 "1300~1350원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40원대 초반에서 대기 중인 수출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 정부 개입 등으로 환율이 크게 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내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은이 올해 4분기쯤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 부담이 커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며 고개를 저었다. 강 대표도 "한은이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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